10대 소년이 여학생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려 한 혐의로 하급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건을 대법원이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피고인 주장에 대해 감정 및 심리를 충분히 하지 않고 양형을 오히려 가중한 잘못이 있다”며 심리가 다시 이뤄져야 한다고 봤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A(19)군에게 징역 장기 9년, 단기 6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최근 깨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군은 중학생이던 2023년 11월 같은 학교에 다니던 피해자 B양을 알게 된 뒤 B양을 이성적으로 좋아하게 됐다. 그런데 B양이 자신을 만나주지 않고 친구 관계마저 끊으려 하자 범행을 결심했다.
2024년 6월 망치, 공업용 칼을 구입한 뒤 그해 8월 망치, 과도, 비수, 공업용 칼, 부탄가스와 토치 등을 챙겨 B양 집 근처에서 기다렸다. 학교를 가기 위해 집을 나선 B양에게 A군은 ‘다시 친구로 지내자’고 이야기했으나 B양이 거절하자 B양의 머리를 망치로 8회 내려치고 과도로 얼굴과 목, 팔 등을 수차례 찔렀다. 주변을 지나가던 시민들이 A군을 제지하며 범행은 미수에 그쳤다.
1심에서 A군 측은 재판 과정에서 지적장애, 활동성 및 주의력 장애 등을 앓고 있다며 심신미약을 주장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A군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해 징역 장기 8년, 단기 5년을 선고했다.
1심은 A군이 2019∼2024년 정신지체를 이유로 치료를 받았고 지능이 다소 낮은 수준(지능지수 55)으로 범행 당시 타인과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었음은 인정했다.
하지만 일반 중학교, 고등학교에 다녔을 정도로 인지 및 사고능력에 큰 문제가 있다고 보이지 않고 범행을 위해 계획적인 면모를 보인 점, 수사기관 및 법정 진술에서도 질병이나 지능 문제가 크게 드러나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하면 범행 당시 사물을 변별하고 행동을 통제할 만한 능력 능력이 있었다고 봤다.
2심은 첫 공판을 끝으로 변론을 종결하고 검사 측 항소를 받아들여 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했다. A군이 자신보다 어리고 약한 피해자를 이른 아침 등굣길에 공격했고, 그 피해로 피해자와 가족이 정신적·경제적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한 것이다.
대법원은 1·2심이 소년이자 장애인인 A군에 대해 충분히 심리하지 않았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헌법이 보장하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형사재판의 기본이념, 소년법의 목적, 장애인인 소년의 절차적 지위와 권리, 방어권 보호를 위한 규정 등을 종합하면 정신적 장애인인 소년에 대한 형사사건을 심리하는 법원으로서 그가 호소하는 정신적 장애나 사법적 조력 요청 등을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고 전제했다.
이어 “장애 내용과 정도, 범행에 미친 영향, 재범의 위험성과 치료감호시설에서 치료의 필요성 등에 대해 감정을 하는 등 구체적 사정을 충실히 심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범행 당시 심신장애 상태에 있었는지, 검사에게 치료감호 청구를 요구할 필요가 있는지 등을 고려한 적합한 처분이 무엇인지를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A군 측이 1·2심에서 의사소통 보조인력 등 장애인 사법지원을 요청했으나 재판부의 추가 조치가 없었던 점, A군의 성장과정이나 보호환경, 심신상태 등에 관한 조사나 정신 장애의 내용과 정도, 징역형 복역 후 재범 위험성, 치료의 필요성 등에 관련한 감정이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문제 삼았다.
대법원은 “A군의 치료 경력, 마지막으로 입원했던 병원에서의 퇴원 시점과 이 사건 범행일 사이의 짧은 시간적 간격 등을 감안할 때 정신질환은 범행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볼 여지가 있다”며 “기존 정신질환에 대해 치료를 제대로 받지 않은 채 단순히 징역형을 복역하다가 출소해 범행 이전과 유사한 생활환경으로 복귀하게 된다면 여전히 정신질환으로 다시 범행을 저지를 개연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2심이 첫 공판을 끝으로 변론을 종결하고 A군의 정신장애 주장에 대해 “정신의학과적 병력을 핑계로 책임을 경감하려 하며 잘못을 진지하게 반성하지 의문”이라며 형을 가중한 점도 지적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정신적 장애를 이유로 심신장애 등을 주장하는 것을 '반성하거나 후회하고 있지 않다는 인격적 비난 요소'로 봐 가중적 양형의 조건으로 삼는 것은, 피고인이 장애를 밝히는 것을 주저하게 만들고 장애인이 충분한 방어행위를 못 하게 해 비장애인과 관계에서 실질적 평등 보장이 이뤄지지 않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피고인이 방어권 행사 범위를 넘어 형사처벌을 모면하고자 그런 주장을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그 판단을 위해선 장애 상태에 대한 면밀하고 충분한 심리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