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발 무인기 북한 침투 사건에 대한 수사가 민간 업체의 독단적인 행동에서 우리 군과 연관성으로 확대되고 있다. 군 정보기관이 무인기 침투를 자백한 민간 무인기 제작업체 관계자들을 지원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과 군은 지난해 11월 이 업체의 무인기 침투 사건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가 자체 종결했는데 이에 대한 부실수사 의혹도 일었다.
군경 합동조사 태스크포스(TF)는 무인기를 북한에 침투시킨 혐의(항공안전법 위반 등)를 받는 무인기 제작업체 대표 장모씨와 이사 오모씨, 대북전담이사 김모씨 등 피의자 3명을 출국금지했다고 23일 밝혔다. TF는 이들이 무인기를 통해 국내 군사시설을 촬영했다고 보고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위반 혐의도 함께 적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북한을 도발하려고 했다는 일반이적죄는 아직 적용되지 않은 상태다.
이들이 최근 북한으로 날린 무인기는 강화군 불온면에서 이륙해 강화군 송해면을 거쳐 군사분계선을 넘었다. 경찰은 그 과정에서 무인기가 군 시설 일부를 무단으로 촬영했다고 파악했다.
서울의 한 사립대학 선후배 사이인 장씨와 오씨는 보수성향 단체 활동을 한 것을 비롯해 윤석열정부 대통령실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하는 등 정치적 활동들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오씨는 대북 관련 언론사 2곳에 대표를 맡고 있는데 국군정보사령부가 이를 지원한 정황이 포착됐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부승찬 의원실은 오씨가 정보사의 인간정보 공작담당부대의 ‘공작협조자’라는 사실을 정보사로부터 대면보고 받았다고 밝혔다. 군이 오씨가 대북 관련 정보활동을 할 수 있도록 뒤에서 도왔다는 것이다. 정보사 소속 A 대령은 2024년 11월 이후 1300만원의 활동비를 이들에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업체는 경기 여주에서 무인기가 추락한 사건과 관련해 지난해 11월 경찰과 군 방첩사령부에서 조사를 받기도 했다. 북한 무인기로 의심된다는 신고가 접수됐고 정보조사 차원에서 이들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다. 하지만 당시 북한과 연관성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을 뿐 이들이 무인기를 날린 정황이나 비행동선을 기록한 비행통제장치, 영상 메모리카드 등에 대한 수사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피의자들이 2022년 말 북한의 무인기가 용산 대통령실 일대에 진입한 사건을 계기로 공작을 꾸미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TF는 뒤늦게 당시 무인기에 대한 추적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TF는 지난 21일 이들 피의자 3명의 주거지 및 차량, 이들이 사무실로 활용한 서울의 한 대학 연구실 등을 압수수색하며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피의자들의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와 차량 동선 등을 대조해가며 무인기를 날린 정황 등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6일 조사가 이뤄진 장씨 외에도 다른 피의자들의 조사 일정도 조율하고 있다. TF 관계자는“군과 관련한 수사상황은 아직 말을 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언론에서 제기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