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대전환은 이젠 기업이 살아남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AI를 적극 도입해 생산성을 높이고,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한 기업은 당장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진다. 현대차그룹이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6’에서 AI 로봇 ‘아틀라스’를 공개하고 생산 현장 투입 방침을 밝히자 현대차 주가가 치솟은 것은 그 단적인 예다. 동시에 AI 로봇의 생산 현장 투입은 일자리 감소라는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다.
전국금속노조 현대차 지부가 지난 22일 소식지에서 “현대차에 인건비 절감을 위해 AI 로봇 투입이 가시화하고 있다”며 “노사 합의 없는 신기술 도입은, 단 1대의 로봇도 생산 현장에 들어올 수 없다”고 밝혔다. 노조가 로봇의 생산공정 투입 전망에 고용 불안 우려를 드러내는 것은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그렇지만 일자리 감소를 AI 대전환 거부의 명분으로 삼는 것은 산업혁명 초기에 같은 이유로 기계를 파괴했던 ‘러다이트 운동’만큼이나 시대착오적이다.
노조도 “로봇은 장기적으로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자본가에 좋은 명분이 된다”고 밝혔듯이, 아틀라스는 기업의 생산 비용을 대폭 감축시킨다. 경쟁 업체가 로봇을 도입하는 상황에서 노조의 요구만 수용한다면 무한경쟁 시장에서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겠나. 한국경영자총협회의 ‘2026년 기업 경영 전망 조사’에 따르면 30인 이상 기업 229개사의 48.9%는 회사 차원에서 AI를 도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입 기업 중 91.1%는 AI가 생산성·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으며, 이들 기업이 체감하는 AI의 생산성 향상률은 평균 15.5%로 나타났다. 특히 현대차가 그간 축적해온 제조 전문성과 인프라를 기반으로 상용화를 추진 중인 AI 로보틱스의 결정체인 아틀라스가 가져올 생산성 향상 효과는 훨씬 차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틀라스 1대당 가격은 약 2억원, 연간 유지 비용은 1400만원으로 추정되는데, 1억원을 넘는 현대차 생산직의 평균 연봉을 고려하면 2년 내 투자비를 회수할 것으로 기대된다. 관리만 잘하면 10년 이상 사용할 수 있다고도 한다. 24시간 가동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파업과 같은 노조 리스크를 떠나서라도 아틀라스의 생산공정 투입은 자연스러운 선택지다.
저출생·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주 4.5일제와 같이 근로시간을 줄여달라는 요구가 분출하는 상황인 만큼 피지컬 AI 활용은 국가적 과제이기도 하다. 정부는 ‘피지컬 AI 1등 국가’를 천명하고, 앞으로 5년간 6조원을 투입하기로 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그간 세계 정상 수준의 공장 자동화로 축적된 방대한 실물 데이터와 다양한 제조업 생태계, 초고속 통신 인프라 등 피지컬 AI 활성화에 필요한 기술 및 제조 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아왔는데, 마침 아틀라스의 등장으로 실현가능성을 더욱 높였다. 노조의 로봇 반대 구호가 공감을 살 수 없는 환경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그간 인간의 작업 영상을 보고 배우면서 진화해왔다. 고도의 정밀도가 요구되는 제조업에서 아틀라스가 인간과 동등한 능력을 발휘하려면 사전 훈련이 필요하다. 이런 학습 데이터를 확보하려면 작업 과정 촬영을 수용하는 등 노조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노사가 상생의 합의점을 찾지 못한다면 피지컬 AI의 고도화는 늦춰질 수밖에 없다. 현대차 사측이 노조와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눠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