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집은 이미 계약 끝났어요” 서울 아파트 ‘매물 증발’…“한 달 만에 2억 올라”

망설이는 사이 가격이 앞서갔다…서울 집값, 기다린 사람만 불리해진 3가지 이유

“이 가격에요? 한 달 전이었으면 얘기가 달랐죠.”

 

‘조금만 더 기다리자’던 관망 전략이 부담으로 돌아왔다는 목소리가 현장에서 나온다. 뉴스1

23일 오후 7시, 서울 동작구 본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퇴근길에 들른 직장인 두세 명이 벽면에 붙은 매물 전단을 바라보다 고개를 저었다. 휴대전화로 찍어둔 지난달 매물 사진을 보여주자 중개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 집은 이미 계약 끝났어요. 지금 남아 있는 건 가격대가 다릅니다.”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최근 가장 많이 들리는 말은 ‘급매가 없다’는 하소연이다. 며칠만 눈을 떼도 보던 매물이 사라지고, 다시 찾으면 가격표가 바뀌어 있다. 기다릴수록 유리할 거라 믿었던 실수요자일수록 체감 박탈감은 더 크다.

 

◆“있을 때 보자” 했는데…열흘 새 분위기 반전

 

현장의 느낌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최근 열흘 사이 서울 일부 자치구의 아파트 매물 수는 눈에 띄게 줄었다. 성북·동작·서대문 등에서는 단기간에 두 자릿수에 가까운 감소율을 보였다. 기간을 3개월로 넓혀보면 상황은 더 뚜렷하다. 일부 지역에서는 매물이 절반 수준까지 줄어들었다.

 

서울에서 10년 넘게 중개업을 해온 한 공인중개사는 “집주인들이 ‘조금만 더 두고 보자’며 매물을 회수하는 경우가 많다”며 “예전엔 대출 규제나 금리 얘기가 먼저 나왔는데, 요즘은 ‘지금 팔 이유가 없다’는 말이 더 자주 나온다”고 전했다.

 

◆거래가 오르니 호가는 더 앞질렀다

 

가격은 매물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동작구의 한 중소형 아파트 단지는 1년도 채 되지 않아 실거래가가 수억 원 뛰었다. 이후 시장에 다시 나온 매물들은 직전 거래가보다 1억~2억 원을 더 얹은 호가를 달았다. 강북 대단지 역시 비슷한 흐름이다.

 

지난해 가을 기준으로 예산을 잡고 집을 보러 나섰던 수요자들이, 현재 가격을 보고 발길을 돌리는 장면이 낯설지 않다.

 

신혼집을 찾고 있다는 30대 부부는 “작년 말엔 너무 비싸다고 느꼈던 가격이 지금 보니 오히려 저렴해 보인다”며 “떨어질 거라 믿고 기다렸는데, 선택지만 줄어든 것 같아 마음이 급해졌다”고 말했다.

 

◆공급 공백·매물 잠김·실수요…시장이 굳어지는 3가지 이유

 

전문가들은 최근 서울 아파트 시장의 배경으로 세 가지를 짚는다. 당장 입주 물량이 많지 않은 상황, 가격 상승 기대 속에 집주인들이 매도를 미루며 매물이 잠긴 점, 투자 수요보다 실거주 수요가 조용히 쌓이고 있다는 점이다.

 

한 부동산 시장 전문가는 “단기간에 가격이 오르면서 ‘관망’ 전략의 비용이 눈에 띄게 커졌다”며 “거주 목적이 분명하다면 막연한 하락 기대보다는 자금 여력과 생활권을 기준으로 냉정하게 판단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선택지가 있었던 전단들이 하나둘 사라지며, 남은 매물에는 이전보다 높은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뉴스1

현장에선 이미 ‘결정의 시간’이 짧아졌다는 말이 나온다. 매물은 줄고, 호가는 올라가는 구조 속에서 선택을 미루면 같은 집을 더 비싼 가격에 다시 마주할 가능성이 커진다.

 

서울 아파트 시장은 지금도 한 발씩 앞서가고 있다. 현장에선 더 이상 ‘기다려보자’는 말이 전략이 되지 않는다. 같은 집을 다시 만날 때, 가격부터 달라져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