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커피 수입액이 1년 새 8000억원 가까이 급증해 처음으로 2조원을 돌파했다. 세계 1·2위 커피 생산국인 브라질과 베트남에서 가뭄과 폭우로 커피 수확이 급감하면서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는 장기적으로 커피 공급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불안 요인이다.
25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커피 수입액은 전년(13억7800만달러)보다 35% 증가한 18억6100만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커피 수입액을 원화로 환산하면 2조6500억원으로 전년보다 41% 늘었다. 원화 환산 수입액 증가율이 더 높은 것은 지난해 원/달러 평균 환율이 1422.22원으로 전년(1363.98원)보다 급등했기 때문이다.
커피 수입액은 지난해 15억 달러를 처음으로 돌파한 K푸드 수출 일등공신인 라면 수출액보다 3억4000만달러(약 5000억원) 많았다. 지난해 커피 수입 중량은 21만5792t으로 전년보다 46t 감소했다.
커피 수입량이 제자리인데도 지난해 수입액이 급증한 것은 커피 원두 국제 시세가 사상 최고를 기록하며 급등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지난달 커피 수입 물가는 5년 전보다 원화 기준 약 3.5배에 이른다.
아라비카 커피 가격은 2024년 이후 가파르게 치솟아 지난해 2월 뉴욕 시장에서 사상 최초로 파운드당 4달러를 넘었다. 최근에도 3.5달러 안팎에서 움직여 2달러에 못 미쳤던 2023년과 비교하면 두 배 정도다.
인스턴트 커피에 많이 쓰이는 로부스타 커피 가격 역시 아라비카 커피와 비슷하게 고공행진하고 있다.
수요 측면에서도 세계적으로 커피 인기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14억 인구의 중국에서도 거리마다 카페가 늘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커피 원두 가격이 언제 안정을 찾을지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커피 업계에서는 말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커피 원두 가격이 2∼3년 전보다 굉장히 높다. 작년 2월에 정점을 찍고 내려가다가 작년 9월부터 다시 급등했는데 환율까지 너무 오르면서 원가 부담이 너무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환율이 1460원대인데 1400원 정도까지 내려간다고 해도 예전보다 아주 높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인에게 커피는 단순한 기호식품을 넘어 하나의 문화이자 일상이다.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2023년 기준 405잔에 달한다. 전 세계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152잔)의 2.7배 수준이다. 하루 한 잔 이상의 커피를 마시는 셈이다. 이 때문에 가격 인상에 따른 소비자 체감 부담도 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물가 안정 차원에서 대응에 나섰다. 커피를 포함한 일부 식품 원료에 대해 할당관세 적용을 연장하고, 환율과 국제 원자재 가격 변동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겠다는 방침이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달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설탕과 커피 등 식품 원료 10종에 대한 할당관세 적용을 내년 말까지 연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