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화가 키운 전립선암… “55세 이상 검진 필수” [건강+]

폐암 제치고 남성암 1위 올라 ‘비상’

2023년 2만2640명… 전년比 10% 증가
서구화된 식습관·비만도 발병에 영향
조기 발견 땐 5년 생존율 100% 육박
원격 전이 동반되면 50% 이하로 급감
“PSA 검사 시행 뒤엔 5년 간격 추적
육식은 줄이고 채소·과일 섭취 늘려야”

대표적인 ‘고령암’인 전립선암이 폐암을 제치고 처음으로 남성 암 1위에 올라섰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국립암센터)가 최근 공개한 ‘2023 국립암통계’에 따르면 전립선암 환자는 2만2640명으로 전체 남자 암종 중 1위를 기록했다. 전년(2만606명) 대비 9.9% 늘어난 규모다.

이는 한국 사회의 초고령화와 맞물린 변화로 풀이된다. 나이가 들수록 더 걸리기 쉬운 전립선암은 ‘국가 암 등록 통계’를 처음 집계한 1999년만 해도 발생률 9위에 불과했지만, 고령화와 식습관의 서구화, 비만 등 영향으로 빠른 속도로 증가해왔다.

 

다행히 전립선암은 일찍 발견하면 5년 생존율이 100%에 가까워 ‘순한 암’으로 불리지만 전이가 시작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대한전립선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정재영 국립암센터 비뇨기암센터장은 25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국한암은 생존율이 100%에 가깝지만, 원격 전이가 동반되면 5년 생존율이 50%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며 “55세 이상의 남성이라면 관련 검사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립선암, 조기검진이 생존율 가른다

정 센터장은 “전립선암의 주요 요인은 나이, 고지방 식이, 유전적 소인”이라며 “특히 국내 평균 수명의 연장과 노인 인구의 증가로 새롭게 진단되는 전립선암 환자의 증가를 유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이가 들수록 발병 위험이 커지는데 여기에 고지방·육류 위주의 식습관과 비만, 가족력 같은 유전 요인까지 겹치면서 발병률이 더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실제 2023년 65세 이상 발생한 남성 암 열 명 중 두 명(20.1%)이 전립선암이다. 다행인 것은 전립선암의 5년 상대생존율은 96.9%로, 조기 발견 시 생존율이 비교적 높아 ‘관리 가능한 암’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착한 암’이라는 인식은 진행성 단계 환자들이 실제로 마주하는 현실과 큰 간극이 있다. 정 센터장은 “장기에 국한된 국한 전립선암 1∼2기의 경우 5년 상대생존율이 100%에 가깝지만, 분화도가 나쁘거나 진단 당시 원격 전이가 동반된 4기는 5년 생존율이 50% 이하로 떨어지는 위험한 암”이라고 말했다. 특히 서양에 비해 국내에서는 분화도가 나쁜 전립선암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조기 진단의 중요성이 더 크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전립선암이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거나 경미하게 진행돼 진단 시기를 놓치기 쉽다는 점이다. 정 센터장은 “빈뇨·세뇨·급박뇨처럼 전립선비대증에서 흔히 나타나는 배뇨 증상이 생기면 비뇨의학과를 찾아 전립선암 관련 검사도 함께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령층에서 매우 흔하게 발생하는 만성질환인 전립선비대증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추가 검사를 통해 전립선암을 확인하는 사례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립선암도 여성암 검진처럼 국가건강검진에 관련 검사를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고령화로 인한 전립선암 발병률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혈액으로 전립선암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전립선특이항원(PSA) 검사는 국내에선 아직 국가 일반건강검진 기본 항목에 들어가 있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유럽 등 서구권은 55세 이상 남성부터는 PSA 검사를 할 수 있도록 권고안을 마련했다.

정 센터장은 이번 통계 발표를 계기로 검진 체계에 대한 논의가 뒤따라야 한다며 “55세 이상 남성은 PSA를 1회 시행하고, 5년 간격으로 추적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전립선암 가족력이 많거나 전립선암으로 사망한 가족이 있는 경우 등 유전적 위험이 의심된다면 더 이른 시점인 50세부터 검사를 시작하는 방안도 권고했다.

정재영 국립암센터 비뇨기암센터장

◆수술 후 재발관리 중요… 5년 이상 추적 관찰

전립선암은 PSA와 직장수지검사에서 출발해 전립선 초음파·자기공명영상(MRI), 조직검사를 통해 진단을 받게 된다. 전립선암 치료는 크게 수술을 포함한 근치적 치료와 약물치료로 나뉜다. 1∼2기에서는 대기관찰요법(감시), 수술, 방사선치료가 선택지이며, 3기에서는 수술·방사선·약물요법을 조합하는 병합치료가 고려된다. 암세포가 전립선을 벗어나 다른 장기로 전이가 있는 4기에는 항암 약물치료가 원칙이다. 고령이거나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기대여명이 5년 이상이라고 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단순 관찰을 고려할 수 있다.

전립선암 수술은 전립선과 정낭을 완전히 제거하는 과정으로 암 조직 제거만큼이나 합병증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립선암 수술 후에는 요실금과 성기능 저하 등을 겪을 수 있고, 방사선치료 후에는 배뇨곤란이나 소화기계 장애, 혈뇨·혈변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최근에는 이 같은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로봇수술이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와 함께 합병증을 줄이기 위해 신경보존술, 약물치료, 골반근육운동 등 재활 치료가 병행된다. 정 센터장은 “로봇수술은 개복수술이나 복강경 수술에 비해 정교하게 수술할 수 있고 출혈과 통증을 줄여 회복을 앞당긴다”며 “다만 아직 비급여 수술로 의료비 부담이 있다”고 설명했다.

치료 후에는 완치에 가까운 경과를 보더라도 관리가 필요하다. 수술이나 방사선치료 뒤 PSA가 다시 올라가는 생화학적 재발은 20∼30%에서 발생한다. 정 센터장은 “수술 후 첫 2년은 3∼6개월 간격으로, 이후에는 6개월∼1년 간격으로 5년 이상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방과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생활습관 관리가 중요하다. 정 센터장은 “고지방 식이와 비만이 위험인자인 만큼 육식과 고지방 식사를 줄이고, 신선한 채소·과일을 늘리는 것이 도움이 된다”며 “특히 토마토에 많은 리코펜이 예방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이상적인 체중을 유지하고, 증상이 있으면 미루지 말고 전문의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