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그러지던 심장이 …파도처럼 다시 뛴다

연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장기이식 ‘24시간의 분투’ 담아

연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사진)가 돌아왔다. 삶을 사랑하던 열아홉 청년이 뇌사 상태가 된 후 그의 심장이 치명적 심장질환자에게 이식되기까지 24시간을 무대 위에 펼쳐 보이는 1인극이다. 2019년 초연 때부터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인정받은 수작(秀作).

이야기는 새벽 파도를 타다가 교통사고로 죽음을 맞는 시몽 랭브르에서 시작한다. 이후 성공적인 심장 이식 수술을 집도하는 야심 찬 외과의 비르질리오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심장이 멈췄다가 다시 뛰기까지 필요한 수많은 사람의 시간이 파노라마처럼 흘러간다. 응급실 밤샘 근무의 끝자락에서 뇌사 판정을 내리는 의사. 갑작스러운 비통한 소식을 마주한 채 장기 기증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유가족. 매일 같은 어려운 현장을 통과해야 하는 장기 기증 코디네이터. 이 모든 인물을 배우 한 사람이 오롯이 감당한다.



15일 공연은 2022, 2024년에 이어 세 번째 출연인 김신록의 첫 무대였다. 최근 ‘프리마 파시’에서도 고난도 1인극 연기로 갈채를 받았던 김신록은 유가족의 슬픔을 헤아리면서도 장기 기증에 대한 올바른 선택에 다가가도록 돕는 코디네이터 역을 설득력 있게 끌어간다. 동시에 “오늘 밤 수술이니 바로 병원으로 오라”는 통보를 받고 기쁨보다 타인의 심장을 받는 무게에 압도되는 수혜자의 감정까지 세밀하게 보여준다.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의 또 다른 매력은 원작의 개성을 밀도 있게 옮겨낸 대사다. 관객 모두가 숨을 죽이게 되는 심장 이식 장면을 극을 이끄는 서술자는 이렇게 묘사한다.

“수술실은 준비가 되었습니다. 둥글게 무리 지어 모인 스포트라이트 조명들이 시몽의 몸 위로 빛을 집중하면, 시몽은 세상의 중심, 세상의 심장이 됩니다.”

이어지는 수술 장면은 압도적이다. 강렬한 빛과 손짓만으로 메스가 인체를 가르고, 심장을 둘러싼 동맥과 정맥을 자르는 모습을 선명하게 만들어낸다. 여유 있게 수술 상황을 통제하는 고참 집도의. 어려운 수술에 참여할 기회를 얻은 수련의. 쉴 새 없이 도구를 건네며 집중을 이어가는 간호사. 처음 마주한 광경에 압도되는 인턴까지. 관객은 마치 눈앞에서 현장을 목격하는 듯한 감각을 얻는다.

짧은 기다림 끝에 심장이 다시 뛰는 장면은 일상에서 잊고 살았던 심장의 무게, 그리고 생명의 경이를 느끼게 해준다. 서울 국립정동극장에서 3월8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