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지문감정 전문가들이 역량을 겨룬 ‘2025년 국제 지문감정 경연대회(IFEC)’에서 1위를 차지한 강원경찰청 광역과학수사 1팀 김흥주(41) 경위는 2007년 경찰에 입문한 뒤 과학수사 외길만 걸어온 베테랑이다. 각종 화재, 변사, 절도, 강력사건 현장에 출동해 지문과 유전자 등 증거를 수집, 사건 해결에 기여하고 있다.
김 경위는 25일 세계일보와 만나 “어둡고 참혹한 사건현장에서 범인을 찾아내기 위해 묵묵히 고생하고 있는 전국 과학수사 요원들의 끊임없는 노력 덕분에 우리나라 과학수사가 발전하고 있다”며 “동료들과 함께 현장에서 쌓은 경험이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하는 원동력이 됐다”고 우승 소감을 전했다.
지문감정 경연대회는 멀쩡하지 않은 지문 20개를 보기로 주어진 50개와 대조해 2시간 동안 범인을 찾아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오답을 쓰면 감점이 상당해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김 경위는 컴퓨터 화면에 지문 2개를 띄우고 “사람마다 지문이 다르기 때문에 특징을 찾아내는 것이 관건”이라며 지문 감식 방법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김 경위는 이날도 사건현장에서 수거해 온 소주병과 콜라캔에 남은 지문을 감식하고 있었다. 지문은 97% 정도가 수분으로 이뤄진다. 수분에 달라붙는 미세한 지문 현출 분말을 묻힌 뒤 광원을 활용해 지문을 채취하는 방식이 가장 기본이다. 김 경위는 “지문 감식은 시간이 생명”이라며 “며칠만 지나도 수분이 날아가 지문이 사라지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강력 접착제를 기화시켜 지문에 달라붙게 만드는 방식, 시약에 담가 확인하는 방식 등 방법은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김 경위는 “실제 수사에서는 지문 이외에도 폐쇄회로(CC)TV, 유전자 분석, 통신기록 조회 등 다양한 방법을 동시에 사용한다”며 “사건현장에 지문을 남기지 않았다고 해도 범죄자가 빠져나갈 구멍은 사실상 없다”고 경고했다.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강력사건 현장에 수차례 출동한 그에게 기억이 남는 사건이 있는지 물었다. 김 경위는 “강력사건 피해자나 유족들에게는 해당 사건이 다시 언급되는 것 자체가 아픔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1월 발생한 절도사건을 언급했다. 강원 춘천시 한 노래연습장에서 업주가 자리를 비운 사이 누군가 현금을 훔쳐 달아난 건이다.
김 경위는 CCTV를 확인하고 용의자가 마신 음료수 캔에서 지문을 확보해 사건 당일 인적사항을 특정했지만 주거지가 불분명해 체포에 어려움을 겪었다. 일주일이 지난 후 우연히 노상에서 용의자와 인상착의가 비슷한 남성을 발견해 검문 끝에 범인을 검거했다. 그는 “과학수사로 특정한 인적사항으로 반드시 범인을 잡겠다는 갈망의 결과”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인공지능(AI)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음에도 지문감식은 여전히 사람의 눈을 필요로 한다. 김 경위는 “현장에서 채취한 지문을 데이터베이스에 입력하면 유사도가 높은 지문을 찾아 순위를 매겨주지만 항상 정확한 것은 아니다”며 “하위권에 있던 지문이 육안 판별을 통해 범인으로 확인되는 사례도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 최종 판단은 지문 감정관들의 경험과 노하우”라며 “감식 결과에 따라 범인을 잡을 수도, 놓칠 수도 있기 때문에 항상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과학수사에는 지문뿐만 아니라 화재조사, 혈흔형태 분석 등 다양한 분야가 있습니다. 어느 한 분야 전문가보다 여러 분야를 경험하고 배워 복잡한 사건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과학수사 요원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