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미니애폴리스… 美 ICE, 17일 만에 또 시민 사살

“이민단속 반대” 시위 격화
시위하던 30대 백인남성에 10여발 발포
ICE “무장 용의자, 요원 학살 시도” 주장
CNN은 “피해자 총 뺏은 후 총격” 보도

강경 진압에도 수백명 시민 거리로 나서
시장·미네소타주지사 “ICE 철수” 목소리
민주당, 정부세출 제동 고려… 갈등 확산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시민이 미 연방 이민단속국(ICE)의 총격에 사망한 일이 또다시 발생했다. 같은 지역에서 ICE에 의해 30대 여성 르네 니콜 굿이 숨진 지 17일 만에 또 희생자가 나오면서 미네소타는 물론 미 전역으로 ICE에 대한 반발이 확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브라이언 오하라 미니애폴리스 경찰국장은 24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37세 백인 남성 앨릭스 제프리 프레티가 연방 요원의 총격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AP통신은 유족과의 인터뷰를 통해 사망자가 미니애폴리스 남부에 거주하는 재향군인 병원 중환자실 간호사로, 연방 정부의 이민 단속에 분노해 시위에 참여해왔다고 전했다.

총격 직전 영상 공개… “ICE, 죄 없는 우리의 이웃 죽였다”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24일(현지시간) 시위 도중 이민단속국(ICE) 요원의 총격에 사망한 재향군인 병원 간호사 앨릭스 프레티(왼쪽 두번째)의 마지막 모습을 담은 영상의 한 장면. ICE 요원이 그에게 최루 스프레이를 뿌리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이날 앨릭스의 사망에 격렬히 항의하는 시민들. 미니애폴리스=로이터연합뉴스

국토안보부(DHS)는 사건 당시 이민 단속을 벌이던 국경순찰대 요원에게 이 남성이 9㎜ 반자동 권총과 탄창 2개를 소지한 채 접근했다고 밝혔다. 요원들이 남성의 무장 해제를 시도하던 중 격렬한 저항을 받고 자기방어 차원에서 사격했으며, 즉시 응급처치를 했으나 현장에서 사망했다는 것이다. 단속 작전을 지휘한 국경순찰대 사령관은 “용의자는 법 집행관들을 학살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사망자가 총기를 소지하고 있었다”며 연방 요원의 총격이 정당방위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프레티는 사실상 비무장 상태에서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 방송 CNN은 “자사가 확보해 분석한 영상에 따르면 연방 요원은 총격 직전 프레티의 권총을 제거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영상에서는 거의 제압이 끝난 상태의 프레티를 겨냥해 5초 이내의 짧은 시간 동안 최소 10발이 발사됐다. 현지 매체 스타트리뷴이 공개한 영상에는 요원 여러 명이 한 남성을 제압하다 총격을 가하는 모습이 담겼다.

 

프레티는 총기 합법 소유자로 확인됐다. 미니애폴리스 경찰도 프레티에게 교통·주차 위반이 있을 뿐 범죄 전력이 없다고 확인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 7일 굿이 ICE 요원의 총격으로 숨진 현장에서 약 1.6㎞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발생했다. 분노한 시위대 수백 명은 현장에 몰려들어 도로를 점거하고 ICE 이민 단속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연방 요원들은 최루가스를 살포하고 섬광탄을 발사하며 강경 진압했다.

 

미네소타주와 미니애폴리스시 지방 정부도 ICE를 강력하게 규탄하며 철수를 요구했다. 팀 월즈 미네소타주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연방 요원들이 “혼란과 폭력을 조장하고 있다”며 철수를 촉구했다. 연방 요원들은 현지 경찰과도 마찰을 빚고 있다. 월스트리스저널(WSJ)은 이날 프레티 사망 사건을 수사하려던 경찰의 현장 진입을 연방 요원들이 막았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 요원들을 대거 투입해 이민자 단속에 열을 올리면서 지역 경찰 지휘부 사이에서는 연방 당국이 ‘공공안전 위협 대응’이라는 본래의 목표를 벗어났다는 우려가 나온다.

 

파장은 연방 의회로도 번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프레티 사망 사건을 계기로 그간 연방 의회에서 공화·민주당이 협상을 벌여온 정부 세출 승인 6개 법안 패키지의 통과에 민주당 상원의원 일부가 추가로 반대로 돌아섰다고 전했다. 패키지에는 ICE 지출 100억달러(약 14조원)·DHS 지출 644억달러(약 93조원)가 포함돼 있다. 이달 말까지 패키지가 처리되지 않으면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 중지)이 불가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