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정부가 새로 발표한 식단 지침에서 제로콜라·다이어트 콜라 등 ‘무설탕 음료’에 널리 쓰이는 인공감미료 섭취를 줄일 것을 권고했다. 아스파탐, 아세설팜칼륨, 수크랄로스 등이 대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즐겨 마시는 것으로 알려진 다이어트 콜라(아스파탐 함유)도 권고 대상에 포함됐다.
지난 7일(현지시간) 미 연방 보건당국이 공개한 ‘2025∼2030 미국인 식단지침’에는 “첨가당과 비영양 감미료는 어떤 양도 건강한 식단의 일부로 권고되거나 영양가 있는 식단의 일부로 간주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문구가 담겼다.
식단 지침은 ‘생활 조언’에 그치지 않고, 연방정부의 각종 식품·영양 프로그램 전반에 반영되는 정책 문서로 기능한다. 특히 학교급식의 경우 관련 법에 따라 급식 기준이 최신 식단지침을 반영하 돼 있다. 미 농무부 자료에 따르면 미 국가학교급식프로그램(NSLP)은 2023회계연도에만 47억 끼의 점심을 제공했다. 식단지침에 따라 막대한 양의 재료 조달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식단지침은 소비자 선택과 산업 관행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CRS는 분석했다. 이 때문에 산업계는 이번 지침 변경을 ‘사실상 연성 규제’로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음료·식품업계는 즉각 반발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탄산음료, 주스, 에너지드링크 제조업체를 대표하는 미국 음료협회가 “설탕 섭취를 자제하라고 권고하면서도 안전하고 효과적인 무설탕 대안을 배제하는 지침은 비현실적이며 본질적으로 모순적”이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업계가 특히 문제 삼는 것은 보건당국이 근거로 든 연구의 신뢰도다. 업계는 정부가 인용한 연구 가운데 상당수가 관찰연구(사람들의 식습관을 기록해 장기간 따라가며 결과를 보는 연구)라며, 이런 방식만으로는 “감미료가 병의 원인”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이미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이 설탕을 피하려고 제로 음료를 더 찾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는 취지다.
업계는 또한 무작위 대조시험(RCT·참가자를 무작위로 나눠 한쪽은 감미료를 먹게 하고 다른 쪽은 비교군을 두는 시험) 같은 임상 연구 결과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RCT는 ‘원인인지 아닌지’를 따지는 데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반면 정부 측 과학 보고서는 일부 대규모 연구에서 인공 감미료 섭취와 심혈관 질환, 제2형 당뇨병 같은 질환 사이에 ‘연관성’이 관찰됐다는 점을 들어 섭취를 줄이는 방향이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보고서가 인용한 메타분석(여러 연구를 묶어 종합 분석한 결과)에서도 질환별 증거의 확실성은 낮음∼중간 수준으로 평가됐고,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됐다고 WSJ은 전했다.즉 정부의 권고는 추가 연구가 필요할 정도로 확실하진 않지만, 위험 신호가 일부 보이고 물·무가당 음료 같은 대안이 있으니 공중보건 지침에서는 ‘가능하면 줄이는 쪽’이 유리하다는 논리다.
한편 미 식품의약국(FDA)은 아스파탐에 대해 “승인된 조건에서 사용될 경우 안전성 우려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다만 FDA의 평가는 주로 독성학적 안전성(허용섭취량, 발암성 등) 중심인 반면, 식단지침은 장기 건강 결과(만성질환 위험)와 식생활 패턴(단맛 의존, 가공식품 섭취 유도 등)까지 폭넓게 고려하는 ‘공중보건 권고’ 성격이 강해 같은 대상에 대해서도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