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 영화의 대가 샘 레이미 감독이 돌아왔다. 신작 ‘직장상사 길들이기’(28일 개봉·사진)는 레이미 감독 특유의 대담하고 창의적인 연출, 폭력과 공포와 유머의 절묘한 배합, 강렬한 캐릭터 묘사와 긴장감 있는 호흡까지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종합 선물세트’ 같은 영화다.
영화는 나쁜 직장상사에게 통쾌하게 복수하고 싶은 판타지를 바탕으로 한다. 주인공은 한 기업 전략기획팀 소속 린다(레이철 매캐덤스). 숫자에 밝은 워커홀릭인 린다는 헌신적으로 일하지만 회사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 그 배경에는 회사의 성차별적 문화가 있다. 남성 동료는 린다가 애써 만든 보고서를 가로채 남성들로만 가득한 회의실에서 자신의 업적인 양 발표하고, 상사 브래들리(딜런 오브라이언)는 마땅히 승진시켜야 할 린다를 물먹이고 자신의 골프 친구인 남성 측근에게 그 자리를 준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부스스한 머리카락, 벼룩시장에서 산 듯한 니트를 입고 다니는 중년 싱글 여성 린다는 회사 입장에서 성과를 잘 내는 직원이나, 매력적인 여성 동료로 여겨지지는 않는다.
상황은 예상치 못하게 180도 뒤바뀐다. 출장 도중 비행기 추락 사고로 린다와 브래들리가 단둘이 무인도에 고립된 것. ‘서바이버’ 같은 생존 프로그램 마니아인 린다는 불을 피우고, 움집을 짓고, 물과 음식을 구하며, 먹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는 생존 기술의 달인이다. 반면 다리를 다친 브래들리는 린다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처지다. 무인도에서 갑을관계가 뒤바뀌며, 주도권을 쥔 린다와 무력해진 브래들리의 관계가 통쾌하게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