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대 1위’ 유한킴벌리가 결국 고개를 숙였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우리나라 생리대가 비싸다”고 콕 집어 질타하자, 그제야 유통망을 넓히고 신제품을 내놓겠다고 한 것이다.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유한킴벌리는 기존에 운영하던 중저가 라인업의 오프라인 판매를 확대하고, 올해 2분기 중 신제품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취약계층을 위해 힘쓰고 있다”고 홍보해온 것과는 대조적으로, 정작 소비자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마트나 편의점 매대에서는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들이 점령하고 있었던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유한킴벌리가 ‘반값 수준’이라고 치켜세운 ‘좋은느낌 순수’ 같은 제품은 그간 쿠팡 등 특정 온라인 채널에만 쏠려 있었다. 일반 소비자들이 생필품을 사러 집 앞 마트에 갔을 때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기 힘들었던 제품이다. 이 대통령의 지시가 떨어지자마자 지마켓, 네이버 스토어, 자사몰로 공급을 늘렸다는 발표는 역설적으로 지금까지는 ‘팔 수 있었음에도 소극적이었다’는 방증이나 다름없다.
유한킴벌리 측은 특정 제품의 가격을 11년째 동결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체감 온도는 차갑기만 하다. 업체들이 기존 저가 제품은 단종시키거나 구석으로 밀어내고, 소재나 기능을 살짝 바꾼 뒤 ‘프리미엄’ 딱지를 붙여 가격을 올리는 식의 꼼수를 부려왔다는 의심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생리대는 여성들에게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인데, 1위 기업이 시장 지배적 위치를 이용해 고가 정책을 주도해온 측면이 있다”며 “이번 대책도 공정거래위원회의 가격 거품 조사 압박을 피하기 위한 일시적인 ‘보여주기식’ 행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었다.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보편적 월경권을 확장해 여성의 삶의 질을 높이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진정으로 월경권을 생각했다면, 정부가 나서서 ‘무상 공급’과 ‘위탁 생산’까지 거론하기 전에 시장의 가격 장벽을 먼저 허물었어야 했다.
대통령의 호통 한마디에 없던 유통로가 생기고 신제품 출시 계획이 뚝딱 나오는 모습은, 그간 유한킴벌리가 소비자들의 고통보다는 기업의 이윤 극대화에 얼마나 매몰되어 있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성평등가족부와 공정위가 제조·유통 과정의 가격 거품을 정밀 조준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한킴벌리의 이번 ‘뒷북 대책’이 성난 민심과 정부의 칼날을 피해 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소비자들은 이제 기업의 ‘말’이 아닌, 실제 영수증에 찍히는 ‘숫자’로 그 진정성을 판단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