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지금 ‘풀베팅’ 중…역대 최대 빚투에 증권사 금리 전쟁

29조 돌파 사상 최대 신용잔고, 증권사들 ‘역대급 저금리’로 개미 모시기 혈전
26일 서울 한 증권사 지점에 시민들이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증시가 유례없는 대호황을 맞이하며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려 투자하는 신용거래 규모가 단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길을 가고 있다. 코스피 5000 시대에 수익 극대화를 노리는 투자자가 사상 최대로 몰리자 증권사들은 연 3.9%대 파격 금리를 내세워 총력전에 나섰다.

 

◆ “단 한 명의 고객이라도 더” 증권가 3.9% 금리 총공세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들이 신용거래 이자율을 연 3%대까지 낮추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하나증권은 오는 3월 27일까지 신용 거래 이자율을 연 3.9%로 적용하는 이벤트를 전격 발표했다. 한화투자증권 역시 타사에서 대출을 옮겨오는 고객에게 90일간 연 3.9% 금리를 제공하며 이른바 ‘주식대출 갈아타기’ 수요 공략에 나섰다.

 

우리투자증권은 연 3.9% 우대금리 이벤트를 올해 연말까지 장기 연장하며 고객 수성 전략에 들어갔다. 메리츠증권은 단기 매매를 선호하는 투자자들을 겨냥해 7일 이내 구간 이자율을 기존 5.9%에서 4.9%로 하향 조정했다. 증권사들이 이처럼 제 살을 깎는 금리 경쟁을 벌이는 것은 증시 활황기에 확보한 고객이 향후 시장 점유율을 결정짓는 핵심 자산이 되기 때문이다.

 

◆ 멈추지 않는 기록 경신…신용잔고 사상 최대치 돌파

 

실제로 시장의 열기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린 뒤 상환하지 않은 금액으로 시장에서는 향후 주가 상승을 확신하는 투자 심리의 강도를 나타낸다. 지난해 말 27조 원대였던 잔고는 최근 사상 처음으로 29조 원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 21일에는 29조 821억 원까지 치솟으며 대한민국 증시 역사상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26일 오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뉴시스

이러한 신용거래의 폭발적 증가는 지수 상승이 견인하고 있다. 지난해 75% 이상 급등한 코스피가 지난주 5000선을 밟고 코스닥마저 전날 1000선을 탈환하면서 레버리지를 활용해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수요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분출된 결과다. 낮은 거래 비용을 찾아 이동하는 ‘스마트 개미’가 늘면서 증권사 간 금리 인하 경쟁은 당분간 식지 않을 전망이다.

 

◆ 호황이 삼킨 리스크…역대급 잔고 뒤에 숨은 ‘반대매매’ 경보

 

다만 전문가들은 신용거래 규모가 역대 최대라는 점은 역설적으로 시장의 변동성 위험 또한 최고조에 달했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한다. 신용거래는 주가 상승기에는 수익을 배가시키지만 주가가 급락할 경우 담보 부족으로 인해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주식이 강제로 매도되는 ‘반대매매’의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증권사의 금리 이벤트가 비용 절감의 기회는 맞지만 역대급 빚투 행렬 속에서 담보 관리와 원금 손실 리스크를 철저히 계산한 정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