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를 ‘아빠’라고 부른 나토 총장 “유럽 자주국방 불가능”

미국의 유럽 철수 가능성에 “푸틴이 반길 일”
“유럽인의 자유, 미국 핵우산이 최종적 보증”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둘러싼 미국와 유럽의 갈등 속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결국 붕괴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그간 안보를 사실상 미국에 의존해 온 나토 유럽 동맹국들 사이에 ‘자주국방’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하지만 미국이 빠진 채 유럽 국가들만의 힘으로 초강대국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을 막아낼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 시선이 여전하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왼쪽)이 26일(현지시간) 유럽의회 외교위원회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유럽의회 외교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누군가 유럽연합(EU) 또는 유럽 전체가 미국 없이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허황한 꿈”이라며 “그럴 순 없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은 미국 없이 스스로 방어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이른바 ‘유럽 자주국방론’에 쐐기를 박은 셈이다.

 

뤼터 총장은 현재 유럽에 주둔하고 있는 미국의 강력한 재래식 군대를 근거로 들었다. 또 세계 최대의 핵무기 보유국 러시아에 맞서 미국이 유럽 동맹국들에게 제공 중인 ‘핵우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 없는 유럽을) 좋아할 사람은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일 것”이라며 유럽의 독자 방위론 지지자들에게 “다시 생각해보라”고 충고했다.

 

현재 나토에는 미국 외에 영국·프랑스 두 핵무기 보유국이 있다. 다만 2025년 기준으로 5100기 이상의 핵탄두를 보유한 미국에 비해 영국(225기)과 프랑스(290기)의 핵무기 역량은 초라한 수준이다. 더욱이 프랑스는 ‘우리 핵무기 사용 여부는 전적으로 우리가 통제한다’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프랑스 스스로의 안보가 위협을 받지 않는 상황에서 오직 동맹국을 위해 핵무기를 쓰려는 의지가 과연 있는지 의문을 품게 만드는 대목이다.

 

이 점을 의식한 듯 뤼터 총장은 유럽이 러시아에 대항할 만한 자체 핵무기 역량을 구축하려면 수십억유로(우리 돈으로 수조원)를 투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럴려면 유럽 나토 회원국들이 저마다 국내총생산(GDP)의 약 10%를 국방비로 지출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뤼터 총장은 “유럽인이 누리는 자유를 최종적으로 보증하는 것은 바로 미국의 핵우산”이란 말로 발언을 끝맺었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은 최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참석을 계기로 따로 만나 대화하는 모습이다. AP연합뉴스

뤼터 총장은 네덜란드 총리를 14년 가까이 지낸 노련한 정치인 출신이다.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2017년 1월∼2021년 1월) 네덜란드 총리로서 트럼프 대통령과 몇 차례 정상회담을 하며 아주 가까운 사이가 됐다. 2024년 10월 나토 사무총장에 취임한 뒤로는 미국의 입장을 적극 대변하며 다른 회원국들에게 “미국 요구를 수용하라”고 압박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지난 2025년 7월 뤼터 총장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 도중에 “아빠(Daddy)는 아이들의 다툼을 막기 위해 가끔은 강한 언어를 써야 한다”고 말해 국제사회의 화제가 됐다. 국가들 간의 분쟁을 멈추려면 초강대국 미국 대통령의 단호한 언행이 불가피하다는 취지였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지나친 아부 아닌가’ 하는 지적도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