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느닷없이 한국을 콕 집어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무역합의 이전 수준으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한국 국회가 한·미 합의를 지키지 않고 있다”며 “자동차, 목재, 의약품 및 기타 모든 상호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한다”고 했다. 지난해 11월26일 국회에 발의된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대미투자특별법)이 지금까지 방치된 것을 문제 삼았다. 양국의 관세협상 합의문서인 팩트시트는 이행 법안 발의만으로 관세 인하가 소급적용된다고 명기했는데, 트럼프는 실질적 입법 완료를 새로운 조건으로 꺼내 든 셈이다. 합의 취지에 어긋난 과도한 요구가 아닐 수 없다.
즉흥적인 트럼프의 성향 탓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무엇보다 트럼프의 진짜 의중을 파악하는 게 급선무다. 공개적으로 밝힌 대로 입법 절차를 신속히 진행하라는 압박 전술일 수 있다. 오는 11월 미 중간선거를 앞두고 한국의 대미 투자를 앞당겨 관세정책 성과를 조기에 가시화하려는 정치적 의도다. 일각에서는 국내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과 온라인 플랫폼 규제에 대한 미국 측 불만이 반영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실제 J D 밴스 미 부통령은 23일 미국을 방문한 김민석 국무총리를 만나 쿠팡 문제의 차별적 조치와 종교 탄압 문제까지 거론했다. 정부는 정확한 의도를 파악한 뒤 최적의 대응방안을 찾아야 한다.
트럼프의 관세 폭탄은 김 총리가 “미국과 핫라인 개설 등 방미 일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고 자평한 지 하루 만에 날아들었다. 앞서 미 행정부는 2주 전 우리 정부에 관세합의 후속조치 이행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낸 것으로 전해진다. 대미 대화 채널과 정보라인에 문제가 없는지 걱정스럽다. 뒤늦게 청와대는 어제 긴급 대책회의에서 3500억달러의 대미 투자 등 관세합의 이행 의지를 미 측에 전달하기로 했다. 동맹도 거래의 대상으로 보는 트럼프가 언제 또 예상치 못한 카드를 내밀지 알 수 없다. 효과적이고 선제적인 대처로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 국익방어에도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여야는 그동안 국정을 외면한 채 서로 헐뜯기에 급급하며 허송세월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번에도 국민의힘은 “정부·여당이 국회 비준절차를 무시한 결과”라고 몰아세우고,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이 법 처리를 지연시켰다면서 책임 공방만 벌이고 있으니 한심한 노릇이다. 최소한 통상과 외교, 민생문제만이라도 초당적 자세로 힘과 지혜를 모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