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北, 핵보유국”… 日 정부는 서둘러 진화

‘북핵 불인정’ 공식 입장과 배치
우경화 가속화 상황서 나와 촉각
관방부장관 “핵 지적때 나온 발언”

‘대만 유사시 무력 개입’ 또 언급
中 정부 “국제질서에 도전” 발끈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북한을 ‘핵보유국’이라고 지칭했다. 일본 정부는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라며 수습에 나섰다.

 

27일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전날 TV아사히에서 방송된 주요 당대표 초청 프로그램에서 외교·안보 전략에 관한 질문을 받고 이같이 발언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AP연합뉴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언급하며 “러시아와 중국의 관계는 매우 긴밀하고,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도 긴밀하다. 모두 핵보유국”이라고 말했다. 이어 “거기에 일본은 국토를 두고 있다는 현실이 있다”며 “외교를 강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들은 다카이치 총리의 ‘북한 핵보유국’ 발언이 일본 정부 공식 입장과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아 국제사회와 거래에 나서려는 북한 의도에 휘말릴 수 있고 주변국의 핵무장 시도 등 ‘핵 도미노’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을 수차례 ‘핵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부르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 의욕을 내비친 바 있다. 최근 미국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도 사설을 통해 “북한은 핵보유국”이라며 “한반도 비핵화는 더 이상 현실적인 선택지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한과의 ‘군축 협상’을 언급하긴 했으나, 북한에 대해 명시적으로 핵보유국이라고 표현하지는 않았다.

 

다카이치 총리 발언은 일본 정부의 우경화 흐름 속에 나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방위력의 근본적 강화를 위한 3대 안보문서 조기 개정 등 ‘국가의 근간과 관계되는 중요 정책의 대전환’에 대한 유권자 평가를 받겠다며 중의원(하원) 해산에 나섰고, 지난달에는 총리관저에서 안보 정책을 담당하는 간부가 “일본은 핵무장을 해야 한다”고 말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일본 정부 부대변인인 사토 게이 관방부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핵 보유는 결코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일본 정부의 입장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며 진화를 시도했다. 사토 부장관은 “(다카이치 총리가) 우리나라(일본)의 엄중하고 복잡한 안보 환경을 전체적으로 언급하는 가운데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나온 발언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무력 개입’ 시사 발언도 역대 내각의 견해와 다른 것이다.

 

그는 전날 TV아사히 프로그램에서 “거기(대만)서 큰일이 일어나 미군이 공격을 받았을 때 일본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도망쳐 돌아와 버린다면 일·미(미·일) 동맹이 소용없어진다”며 자신의 대만 유사시 발언을 정당화했다. 이에 대해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일본은 대만 문제에 간섭할 자격이 없다”며 “일본 측 발언은 일본 우익 세력이 대립을 부추기고 문제를 일으키며 이를 기회로 재무장을 추진하며 전후 국제질서에 도전하려는 야심을 드러낸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