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투자 속도 안 나자 압박… 정치적 위기 타개용일 수도 [관세 리스크 재점화]

트럼프 왜 다시 한국 겨눴나

투자 약속 이행 진척 더디다 판단
韓 특별법 통과 지연 콕 집어 비판
‘ICE 총격’ 여파 지지율 하락 국면
대법 상호관세 판결 임박 등 영향
쿠팡 정치권 로비 연관 가능성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국회의 대미투자특별법 통과 지연을 비판하며 관세를 25%로 다시 올리겠다고 한 것은 신속하게 대미 투자를 이행하라는 압박의 하나로 해석된다. 대법원 관세 판결이 임박하고 이민세관단속국(ICE) 등 연방 이민 단속 요원의 총격으로 미국 시민이 사망하는 등 국내 정치적 입지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내세울 성과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서 한국 입법부(국회)가 왜 합의를 승인하지 않느냐고 콕 집어 언급했다.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대미투자특별법) 국회 통과가 지연되는 상황에 신속한 처리를 촉구한 것이다.

끝난줄 알았는데… SNS 통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2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참석 후 미국 워싱턴으로 돌아가는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원화 약세 기조로 올해 대미 투자 액수가 한도인 200억달러(약 29조원)에 크게 못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잇따라 나오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외신에서는 한국의 대미 투자가 지연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자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최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투자를 지연하는 게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구 부총리는 해당 인터뷰에서 투자 프로젝트 선정에 시간이 오래 걸려 올해 상반기에는 투자 집행이 어렵다고 말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지난 14일 원화 가치의 급격한 약세가 한국 경제 펀더멘털과 맞지 않는다며 구두개입성 메시지를 냈는데, 이 역시 한국의 대미 투자 지연에 대한 우려가 깔린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 바 있다.

일각에선 국회를 통과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과 국회에서 발의된 온라인 플랫폼 규제에 대한 미 정치권의 불만과 이번 조치를 연결짓기도 한다. 특히 미국 정치권이 대규모의 대미 로비를 하는 것으로 알려진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한국 정부·국회의 책임 추궁 조치를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로 지적해온 것과 연관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23일 J D 밴스 부통령이 미국을 방문한 김민석 국무총리에게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해 먼저 질문한 바 있다. 다만 이 같은 내용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루스소셜 언급에서 직접 드러나지는 않는다.



이민자 단속 등에 대한 반발로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는 등 트럼프 대통령이 마주한 정치적 위기 국면도 무관치 않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구체적인 경제 성과를 내지 않으면 정치적 위기 국면에서 회생하기 어렵다. 또 대법원의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상호관세 정책 적법성 판결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상호관세 인하를 조건으로 얻어낸 한국의 대미 투자 속도를 끌어올려야겠다고 판단했을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한국과 일본으로부터의 대규모 투자 유치를 이번 임기 중 자신의 치적으로 삼아 공개적으로 과시해왔다. 지난 20일 취임 1주년을 맞아 백악관에서 한 ‘깜짝 브리핑’에서 “한국, 일본과 (무역) 합의를 타결하면서 우리는 전례 없는 수준의 자금을 확보했다”고 말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발언은 알래스카 개발 프로젝트를 언급한 직후 나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의 투자금을 알래스카 개발 사업에 사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알래스카 개발 프로젝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 사업’으로 알려져 있으나, 한국 기업에서는 채산성을 우려해 선뜻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는 사업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무역합의 이전 수준으로 인상하겠다”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 트루스소셜 캡처

미국에 5500억달러(약 794조원)를 투자하기로 한 일본은 지난해 7월 미국과 무역 합의를 타결하고 9월 초순 투자 부문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데 이어 12월 투자처를 선정하기 위한 대미투자 협의위원회를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표에 대해 “동맹국과의 무역 긴장을 고조시키려는 그의 최근 행보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유럽 8개국을 대상으로 다음 달 1일부터 10%, 6월1일부터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가 유럽과의 협상 후 철회했다. 최근 캐나다에도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면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압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