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진영의 ‘거목’으로 베트남 출장 중 사망한 고 이해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수석부의장에 대한 조문이 27일부터 시작됐다. 기관·사회장으로 31일까지 치러지는 이 수석부의장 장례에는 이 수석부의장을 추모하기 위한 조문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서울 종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이 수석부의장 빈소. 환하게 웃고 있는 이 수석부의장 영정 왼쪽에 이재명 대통령, 문재인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 김민석 국무총리,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보낸 근조화환이 놓였다. 오른쪽에는 우원식 국회의장, 조희대 대법원장, 김상환 헌법재판소장, 국무위원 일동 등의 화환이 자리했다. 유가족과 함께 김 총리, 정 대표,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김부겸 전 국무총리,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조정식 대통령 정무특별보좌관 등이 상주로서 조문객을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 내외는 오후 6시쯤 이 수석부의장 빈소를 찾아 유족을 위로했다. 검은 정장에 넥타이를 맨 이 대통령은 이 수석부의장의 영정에 직접 무궁화장을 추서했다. 무궁화장은 5등급으로 구분되는 국민훈장 가운데 가장 높은 1등급 훈장이다. 김종필, 박태준 전 국무총리 등이 무궁화장을 받았다.
이 대통령은 김정옥 여사 등 유족과 인사하던 중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상주인 김 총리, 민주당 정 대표, 조국혁신당 조 대표 등과 인사하고 조 대표에게 악수를 건넸다. 조문 후 이 대통령 내외는 접견실로 이동해 김 여사에게 애도의 뜻을 전했다. 이 자리에는 김 총리와 정 대표, 권양숙 여사, 한명숙 전 국무총리, 유시민 작가가 배석했다. 이 대통령 내외는 약 40분간 빈소에 머무른 뒤 이석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오후 4시20분쯤 빈소를 찾아 고인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문 전 대통령은 부인 김정숙 여사, 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 문재인정부 핵심 인사들과 함께 약 50분간 빈소에 머물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도 빈소를 방문해 유가족을 위로했다.
여권 인사들은 침통한 분위기 속 이 수석부의장과의 생전 연을 추억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우 의장은 “너무 안타깝고 그분이 뜻하셨던 나라를 제대로 세우고 힘이 약한 사람들을 제대로 보호하는 정치의 뜻을 잘 이어가야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는 원내대표단과 함께 조문한 뒤 “이 수석부의장은 민주당의 돌 같은 분”이라며 “엄혹한 시절 민주주의를 이뤄내고 특히 김대중·노무현·문재인·이재명 대통령까지 역대 민주정부를 창출하는 데 가장 중심적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소속 주호영 국회부의장과 민주평통 사무처장을 역임한 김대식 의원도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민주당 지도부와 정부 고위관계자 등 범여권 인사들은 앞서 이날 새벽 베트남을 떠나 국내로 들어온 이 수석부의장의 관을 맞이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했다. 우 의장과 김 총리, 정 대표 등이 태극기에 덮여 국내로 돌아온 이 수석부의장의 관을 맞이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 등 고인과 같이 의정활동을 한 의원 출신 장관들도 인천공항에 모습을 보였다.
조 정무특보는 이 수석부의장이 베트남 출장을 위해 지난 22일 세종 자택을 출발하면서부터 감기몸살 증상을 겪었지만 “해외 민주평통 조직과 공식적으로 약속한 일정이니 가야 한다”며 일정을 강행했다고 설명했다. 이 수석부의장은 베트남 도착 뒤에도 “공무가 중요하다”며 23일(현지시간) 오전까지 일부 일정을 소화했다. 건강이 악화하면서 공항으로 향하던 중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응급호송됐고, 25일 오후 2시49분 별세했다.
이 수석부의장 사망으로 여권 전체가 애도 국면에 들어가면서 민주당 내 1인1표제 및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관련 내홍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상황이다. 다만 합당 문제를 오래 끌 수 없는 데다 6·3 지방선거가 다가오는 만큼 정 대표를 향한 반발 목소리는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김 총리는 이날 공개된 유튜브 인터뷰에서 “(합당이) 이 시점에 그런 방식으로 제기돼 논란이 되고 있지 않나. 추진 방식이나 시기가 실제로 잘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었냐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