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 현수막 달려고, 정당 명의 대여 꼼수

경찰, 게첩 운동 단체 대표 수사
‘정당은 허가 없이도 게시’ 악용
분실 처리 등 위해 당원 가입도

경찰이 2024년 말부터 혐중·부정선거 현수막을 달아온 단체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이 단체 대표 A씨가 원외정당 ‘내일로미래로’ 외에 여러 다른 보수성향 정당에도 현수막 게첩(揭帖)을 문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과의 협의가 원활하지 않자 내일로미래로 명의로 현수막을 달기 시작한 것이다. A씨는 전국 기준으로 매달 2000장 넘게 걸었다고 밝힌 상태다. 정당 현수막의 경우 옥외광고물법상 별도 허가·신고 절차가 필요없는 점을 악용해 사실상 정당 명의를 대여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2025년 11월 12일 광주 서구 치평동 한 도로변에 부정선거 내용이 담긴 정당 현수막이 게시돼있다. 해당 사진은 기사 특정 내용과 무관함.   연합뉴스

28일 취재를 종합하면 혐중·부정선거 현수막 게첩 운동을 벌여온 단체 ‘애국현수막’ 대표인 A씨는 12·3 비상계엄이 있었던 때부터 현수막을 달기 위해 여러 보수성향 정당들에게 사실상 명의 대여를 위한 협조를 문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지난해 8월 한 보수성향 유튜브에서 현수막 게첩 활동 초기에 “자유통일당도 한 다리 건너서 컨택(연락)해봤는데 섭외가 안 됐다. 자유민주당도 컨택해봤는데 허락을 안 했다”며 “내일로미래로 정당 대표가 ‘부정선거’를 외치던 분이라 그분과 협력하게 됐다”고 밝혔다. 자유통일당와 자유민주당은 각각 극우 성향 인사인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고영주 변호사가 이끄는 보수성향 원외정당이다.



A씨는 현수막을 달기 위해 내일로미래로로부터 당 명의를 대여했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그는 “사실 처음에는 (내일로미래로에 당원 가입하지 않은 채) 당에 이름을 빌린 건데 지금은 당원으로 가입한 상태”라고 했다. 당원 가입 이유에 대해서도 “현수막 훼손·분실 신고 처리를 해야 하는데 당원이 아니면 안 된다고 그랬기 때문”이라고 했다.

애국현수막은 사실상 A씨 혼자 활동하는 ‘1인 단체’인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한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현수막 게첩 아르바이트를 구하기도 했다. 지난해 4월 ‘당근’에서 경기 남양주에 현수막 총 10장을 게시할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위해 ‘장당 1만원’을 내건 게시글이 확인됐다. 전날 경기 용인의 A씨 자택 등을 압수수색한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현재 확보한 증거물을 분석하고 있다.

이번 경찰 수사는 지난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내일로미래로 대표와 A씨 등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게 계기가 됐다. A씨는 매월 ‘한국 부정선거 공식화’, ‘중국 공산당 한국선거 개입’ 등 문구 예시를 공개하고 장당 2만∼4만원 후원금을 받아왔는데, 중앙선관위는 고발 당시 2024년 12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개인 계좌’로 현수막 대금 7000만원을 수수한 혐의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