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설 선물 시장은 그야말로 ‘총성 없는 전쟁터’다. 특히 명절 선물의 정점으로 불리는 호텔업계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단순히 비싼 선물을 넘어서, 이제는 호텔에서의 특별한 하루를 통째로 포장해 팔기 시작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호텔 설 선물세트의 승부수는 ‘독점적 가치’다.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은 최고급 한우 세트에 스파 이용권을 묶어 내놨다. 단순히 먹고 끝나는 선물이 아니라, 호텔의 프리미엄 서비스를 직접 체험하게 하겠다는 전략이다.
롯데호텔의 행보도 파격적이다. 유료 멤버십인 ‘트레비클럽’을 선물 구성에 포함해 고객을 아예 호텔의 ‘찐팬’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업계 관계자는 “요즘 소비자들은 눈에 보이는 물건보다 ‘특별한 하루’라는 경험에 더 큰 가치를 둔다”며 “숙박권이나 식사권이 포함된 구성이 해마다 조기 품절되는 이유”라고 귀띔했다.
집에서도 호텔의 감성을 그대로 누리고 싶어 하는 ‘홈캉스족’의 심리도 정확히 파고들었다. 조선호텔과 워커힐은 셰프의 레시피를 그대로 담은 김치와 LA갈비 등 가정간편식(HMR) 라인업을 대폭 보강했다. 명절 상차림의 수고는 덜면서 호텔급 퀄리티는 유지할 수 있어 주부들 사이에서 이미 입소문이 자자하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향기’와 ‘침구’다. 롯데호텔앤리조트는 스위스 향료 브랜드 ‘지보단’과 손잡고 호텔 로비의 향기를 그대로 재현한 어메니티를 선보였다. 워커힐의 프리미엄 침구 ‘스위트 홈’ 라인 역시 “호텔 침대 그대로 우리 집에 옮겨놓고 싶다”는 소비자들의 욕망을 저격하며 매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소비 양극화 현상에 맞춘 ‘투트랙’ 전략도 치열하다. 포시즌스와 워커힐은 VIP 고객을 겨냥해 200만원을 호가하는 초고가 한우 세트를 내세웠다. 최상급 부위만 엄선한 이 세트들은 가격이 무색하게 매년 가장 먼저 완판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다.
반면, 1인 가구와 실속파 MZ세대를 위한 ‘스몰 럭셔리’ 경쟁도 뜨겁다. 코트야드 메리어트 남대문은 10만원 미만의 실속형 세트를 전면에 내세웠다. 특히 오크우드 프리미어 코엑스 센터가 2월 4일부터 선보이는 와인 마켓에서는 2만원대 가성비 와인부터 60만원대 프리미엄 라인까지 70여 종의 주류를 큐레이션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
업계 관계자는 “2026년 설 선물은 주는 사람의 안목과 받는 사람의 취향을 연결하는 일종의 ‘큐레이션 서비스’로 진화했다”며 “온라인 비대면 구매가 대세가 된 만큼, 호텔만의 독보적인 콘텐츠 경쟁은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