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이스라엘 대사관이 오는 2027년 1월27일 ‘국제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 추모의 날’ 기념 행사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개최하고 싶다는 뜻을 밝혀 주목된다. 국제 홀로코스트 추모의 날은 제2차 세계대전 말기인 1945년 1월27일 나치 독일의 저 악명 높은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가 연합군에 의해 해방된 것을 기리고자 제정됐다.
29일 전쟁기념관 운영 주체인 전쟁기념사업회에 따르면 전날(28일) 오후 라파엘 하르파즈 주한 이스라엘 대사가 기념관을 방문해 백승주 사업회장과 만났다. 백 회장과 하르파즈 대사는 양국 간 첨단 방위산업 협력과 연구·개발(R&D) 교류, 최근의 중동 정세 및 국제 안보 환경 등을 주제로 깊은 대화를 나눴다.
하르파즈 대사는 특히 “첨단 국방 분야에서 한국과의 긴밀한 협력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또 오는 2027년 1월27일 국제 홀로코스트 추모의 날 기념식을 전쟁기념관에서 열고 싶다며 사업회의 협조를 요청했다.
전쟁기념관은 6·25 전쟁과 당시 유엔군 참전을 기리는 행사 외에 한국과는 직접 관계가 없는 기념식에도 종종 장소를 제공해 왔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제1차 세계대전 종전 기념일(11월11일) 그리고 ‘안작데이’(4월25일) 기념식이다. 안작(ANZAC)이란 1차대전 당시 영국군 편에서 참전한 호주·뉴질랜드 연합군을 뜻한다. 안작데이는 두 나라 군대가 1915년 4월25일 갈리폴리 상륙작전에 투입됐다가 큰 희생을 치른 것을 기리는 날로, 오늘날 양국에선 우리나라의 현충일과 같이 여겨진다.
국내에서 국제 홀로코스트 추모의 날을 기념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홀로코스트의 ‘피해자’라고 할 이스라엘과 ‘가해자’인 독일 두 나라의 주한 대사관이 손잡고 지금까지 10차례 기념식을 개최해 왔다. 올해도 지난 27일 용산 민주화운동기념관에서 추모식이 열려 양국 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영화 ‘쉰들러 리스트’ 주제곡 연주를 들으며 “희생자들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고 다짐했다.
한국과 같은 1948년 독립국이 된 이스라엘은 6·25 전쟁 도중인 1951년 한국민간구제단(CRIK)을 통해 우리나라에 약 10만달러 상당의 의료품과 곡물을 제공했다. 백 회장은 이 점을 거론하며 “이스라엘의 지원은 전후 복구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데 큰 힘이 되었다”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이어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양국 간 우호 협력의 소중한 역사적 토대”라고 높이 평가했다.
이에 하르파즈 대사는 “당시 신생 독립국이던 이스라엘은 극심한 경제·안보 위협 속에서도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물자 지원을 결정했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역사적 사실이 전쟁기념관을 통해 양국 국민에게 더욱 널리 알려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