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 붙은 단어 ‘독하게’… AI 제국 만들었다

슈퍼 모멘텀/ 이인숙 등/ 플랫폼9와3/4/ 2만2000원

 

13조원 대 612조원. 2011년 말 경영난으로 새 주인을 찾아야 했던 시기와 현재의 하이닉스 시가총액이다. 14년 만에 기업가치가 47배로 커졌다. 기적에 가까운 이 질주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시대 전환을 이끈 테크와 인공지능(AI) 기업을 꾸준히 연구해온 저자들이 찾은 답은 ‘독하게’였다.

한때 문을 닫을 뻔했던 언더도그 기업은 이제 한국 경제의 핵심 전략 자산이자 국민기업이 됐다. 세계 경제에서도 고대역폭메모리 반도체(HBM) 개발을 통해 AI발 산업혁명 초입의 병목을 해소한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저자들은 오랜 시간 다양한 경로로 노력한 끝에 HBM 초기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한 전현직 엔지니어와 경영진을 만나 생생한 증언을 들었다. 변화를 이끈 최태원 SK 회장과도 두 차례에 걸쳐 장시간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SK하이닉스가 시장 침체와 수익성 악화 속에서도 기술 투자를 멈추지 않았던 동력과 의사결정의 과정을 풀어낸다.

이인숙 등/ 플랫폼9와3/4/ 2만2000원

특히 모두가 반대했던 하이닉스 인수를 끝까지 밀어붙인 최 회장은 하이닉스 화장실에까지 붙어 있던 ‘독하게’라는 표어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한다. “스피릿이 상당히 좋았다. 하이닉스 내부에서는 독하게 비즈니스해야 한다는 말을 쓰고 있었다. SK 내부에는 없던 단어였다.”



하이닉스의 독한 야성은 문 닫을 위기에서 채권단 관리 아래의 더부살이와 셋방살이를 거쳐 홀로서기에 이르기까지 이어진 혹독한 담금질의 결과다. 여기에 실패의 책임을 따지기보다 문제 해결을 위해 누구든 손을 보태는 원팀 문화와 기술 중심의 빠른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한 톱 팀 리더십이 더해졌다. 이를 정확히 간파한 최 회장은 인수 직후 임원 100명과 일대일로 만나 하이닉스의 야성과 SK의 시스템을 결합했다. 18년 만의 신규 팹 투자에 나서고 하이닉스 인수에 버금가는 과감한 빅딜을 이어가며 회사의 업계 위상을 새롭게 정의했다.

SK하이닉스가 HBM으로 AI 시대의 핵심 플레이어가 된 과정은 운으로만 설명할 수 없다. 기술에 대한 집념과 원팀으로 움직이는 조직 DNA 그리고 결단의 리더십이 만들어낸 슈퍼 모멘텀의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