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광화문 한글 현판

현판은 곳곳에서 마주친다. 궁궐 전각이나 도성의 문루, 지방 관아와 향교, 서원, 사찰, 누각, 고택 등 전통 건축물의 얼굴이나 다를 바 없다. 문헌에 따르면 현판의 유래는 삼국시대부터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서울 광화문에 한글 현판을 추가로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2023년 3층 누각 처마에 들어선 기존 한자 현판은 그대로 두고, 2층 누각 처마에 한글 현판을 새로 설치하자는 제안이다.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지난 20일 국무회의에서 “광화문은 우리 현대사의 역동적인 상징이고 현재 진행형이기에 한자(현판)가 있지만, 한글(현판)도 추가해 그 상징성을 부각하자는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윤석열정부에선 유인촌 문체부 장관이 광화문 현판을 한글로 바꾸자고 제안했다가 산하 기관이자 광화문 소관 기관인 국가유산청(옛 문화재청)의 반대에 부딪혔다. 2024년 10월 국정감사에서 당시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은 “(한자 현판이) 문화유산 복원의 원칙에 맞는다”고 밝힌 바 있다. 그랬던 국가유산청인데 이재명정부에선 돌연 한글 현판에 동조하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한글 현판이 과거에 없었던 것은 아니다. 박정희 대통령은 6·25로 전소했던 광화문 문루를 복원할 당시인 1968년 자신이 쓴 한글 현판을 내걸었다. 그러다 노무현정부 때인 2005년 1월 유홍준 당시 문화재청장(현 국립중앙박물관장)이 ‘원형 복원’을 내세워 한자 현판 교체를 추진하다가 정치 공방을 자초하기도 했다. 결국 2010년 8월15일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광화문 복원 낙성식에서 흰 바탕에 검은 글씨의 한자 현판을 새로 선보였다. 새 현판은 부실 제작으로 균열이 발견된 데 이어 고증 오류로 바탕색과 글자 색깔이 뒤바뀌었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우여곡절 끝에 2023년 10월부터 현재의 검은색 바탕에 금박을 입힌 한자 현판이 새로 들어섰다.

광화문 현판을 한자로 할지, 한글로 할지는 국가유산청을 중심으로 2005년 초부터 18년 간 전문가 논의와 연구 용역을 거친 끝에 한문 현판 원형에 가깝게 고증해야 한다는 합의에 이르렀다. 그런데 다시 또 한글 현판 얘기가 나온다. 이번엔 국민적 논의까지 거쳐서 장차 새로운 논란거리를 만들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