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4 둘러싼 미묘한 신경전… 삼성·하이닉스 “우리가 앞선다” [삼성전자 역대 최대 매출]
기사입력 2026-01-29 19:00:00 기사수정 2026-01-29 18:26:11
1시간 앞서 실적발표 나선 SK하이닉스 “초격차 기술 압도적 지배력 목표” 포문
삼성 “기준 상향에도 HBM4 재설계 없어” 공정 수정한 하이닉스 겨냥 완결성 강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사상 처음으로 같은 날 진행한 2025년 4분기 실적발표 행사에서 예상대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두고 미묘한 신경전을 펼쳤다. SK하이닉스는 오랜 기간 다져온 기존 고객사들과의 신뢰를 통한 ‘1등 수성’을, 삼성전자는 초격차 기술을 바탕으로 한 ‘역전’ 의지를 내비쳤다. 올해 글로벌 HBM 시장에서 두 회사의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뉴시스·연합뉴스
포문은 SK하이닉스가 먼저 열었다. 29일 오전 9시 시작한 행사에서 김기태 SK하이닉스 부사장은 “SK하이닉스는 HBM2E(3세대) 시절부터 고객사 및 인프라 파트너들과 원팀으로 협업하며 HBM 시장을 개척해 온 선두주자”라며 “단순히 기술이 앞서는 수준을 넘어, 그동안 저희가 쌓아온 양산 경험과 품질에 대한 고객의 신뢰는 단기간에 추월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이미 HBM 시장에서 쌓아 올린 시장 지배력이 계속 유지될 것이란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 부사장은 “HBM4(6세대) 역시 고객사들과 인프라 파트너들이 SK하이닉스의 제품을 최우선으로 요구하고 있다”며 “HBM4에서도 HBM3(4세대)나 HBM3E(5세대)처럼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목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고객이 요구한 HBM4 물량을 양산하고 있다. 독자 패키징 기술인 ‘MR-MUF’를 이용해 HBM4의 수율을 HBM3E 12단 수준만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오전 10시 행사를 시작한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를 겨냥한 듯 HBM4의 출하계획과 고객사의 평가까지 공개하며 응수했다. 김재준 삼성전자 부사장은 “(HBM4는) 고객들로부터 차별화된 성능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피드백을 받고 있다”며 “이미 정상적으로 HBM4 생산을 진행 중이다. 2월부터 최상위 성능을 갖춘 11.7Gb㎰ 제품을 포함한 HBM4 물량의 양산 출하가 예정돼 있다”고 발표했다. 지난 수년간 SK하이닉스에 HBM 주도권을 내줬던 삼성전자는 최근 엔비디아를 비롯해 브로드컴 등 미국 주요 고객사에 HBM 공급 규모를 늘리고 있다. 이르면 내달부터는 차세대 HBM인 HBM4 공급을 개시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재준 부사장은 HBM4 16단에 대해 “양산 가능한 수준으로 이미 기술을 확보해둔 상태”라고 했다. 그는 HBM4E(7세대)의 경우 “올해 중반 스탠더드 제품으로 고객사 샘플링 예정이며 HBM4E 코어 다이 기반의 맞춤형(커스텀) HBM 제품도 하반기 고객 일정에 맞춰 과제별로 웨이퍼 초도 투입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라고 선포했다. 이어 “주요 고객사 요구 성능이 높아졌지만 삼성전자는 재설계 없이 지난해 샘플을 공급했다. 현재 고객 평가가 순조롭게 진행돼 퀄(품질) 테스트 완료 단계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굳이 재설계 이슈를 꺼낸 것에 대해 SK하이닉스를 직간접적으로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한다. SK하이닉스는 앞서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로부터 HBM4 샘플 제품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제품 개발, 양산 과정에서 일부 공정을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경우 상향조정된 HBM4 사양을 문제없이 통과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