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했다지만… 규제완화 빠지고 재탕 공급 “실효성 한계” [1·29 부동산 대책]

수도권 6만호 공급 발표
유휴부지 활용 주민 동의 등 난제
교통난 우려 태릉CC 개발안 등
文정부도 추진했다 상당수 무산

젊은층 실수요 높은 입지 긍정적
도심정비와 연계 ‘큰 그림’ 안 보여
“민간대책 부족… 집값 잡기 역부족”

“지난 몇년간 서울과 수도권 주택공급이 매우 부진했던 만큼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정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해서 준비했습니다.”(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29일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을 내놓은 정부는 수십호 규모까지 총동원해 수도권에 주택 6만호를 공급하겠다고 밝히며 집값 불안을 잡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강한 공급 신호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당장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봤다.

김영국 국토부 주택공급추진본부장은 “시장 안정에 확실하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2030년까지 착공 가능한 물량이 약 140만호”라고 강조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번 발표에 포함된 6만호 중 4만호는 기존 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순증 물량이다. 지난해 정부는 2030년까지 수도권에 135만호(매년 27만호)를 착공하겠다는 내용의 ‘9·7 대책’을 발표했지만,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오히려 집값을 끌어올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번 대책에 수요가 높은 ‘알짜 입지’들이 포함된 것은 차별점으로 꼽힌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과거 외곽 중심의 신도시 발표와 달리 대기 수요가 가장 두터운 서울과 수도권 핵심 요지에 물량이 집중됐다”며 “청년과 신혼부부 등 2030세대에게 ‘기다리면 좋은 입지에 내 집 마련이 가능하다’는 심리적 안정 기제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규제 완화 방안이 빠져 아쉽다는 반응도 나왔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주택공급을 위해 가용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면서도 “현시점에선 유휴부지를 활용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구도심 정비, 도심 회귀 등을 위해 도심정비사업 등과 연결되는 큰 그림이 필요하다”고 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시장에서는 용적률 상향,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유예 등을 기대했지만 이러한 내용이 빠져 민간 주도의 대규모 공급 확대 동력은 확보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김 장관은 이날 질의응답에서 “재초환 문제는 국토부에서 논의된 바 없다”며 “국회 주도로 논의가 이뤄진다면 정부도 참여해 대안을 함께 모색하겠다”고 했다.

서울 용산 국제업무지구와 군 체육시설인 노원구 태릉골프장(태릉CC) 등 기존에 과거 정부부터 추진됐던 지역들이 대거 포함된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태릉CC는 문재인정부에서 1만호 규모의 주택공급이 추진됐다가 무산된 부지다. 주택이 대규모로 공급되면 가뜩이나 혼잡한 이 일대 교통난이 극심해질 우려가 있고, 세계유산인 조선왕릉 경관을 해칠 가능성도 크다는 반발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문재인정부 당시 ‘8·4 대책’에서 발표한 유휴부지 중 실제 착공까지 간 곳이 없다”며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양 전문위원도 “핵심 물량인 용산국제업무지구는 서울시와의 협의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표돼 향후 조정 과정에서 물량 축소나 사업 지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태릉CC도 동일한 리스크가 상존한다. 결국 발표 물량과 실제 착공 물량 간 괴리가 발생할 개연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서진형 광운대 교수(부동산법무학)는 “공급 대책을 발표하더라도 실제 주택공급까지는 2028년 이후, 길게는 10년 이상 소요돼 단기적인 실효성이나 가격 안정 효과는 제한적”이라면서 “주택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공공과 민간이 병행되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지만 민간을 유인할 지원 대책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