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 어부 얘기, 왜 신고 안 해!” 억울한 옥살이 방위병, 50년 만에 ‘무죄’

영장 없는 4년 구금·강압수사 인정…사망 42년 만에 명예 회복

납북됐다가 귀환한 어부의 북한 관련 발언을 방첩기관에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유죄 판결을 받고 옥살이했던 방위병이 50년 만에 재심을 통해 누명을 벗었다. 그가 숨진 지 42년 만에 뒤늦게 이뤄진 명예 회복이다.

 

전주지법 군산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백상빈)는 29일 반공법 위반(불고지)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자격정지 6개월의 확정판결을 받았던 고 신충관 씨의 배우자와 두 딸 등 유족 3명이 청구한 재심에서 신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신씨가 실형을 확정받은 지 50년, 사망한 지 42년 만이자 재심을 청구한 지 1년 만이다.

 

29일 전주지법 군산지원에서 열린 보안법 위반 사건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고 신충관 씨 유족과 변호사가 재판 이후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신씨는 1972년부터 1974년까지 납북됐다가 귀환한 어부 A씨로부터 북한 사회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도 이를 수사·정보기관에 신고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공소장에는 신씨가 A씨로부터 “이북에 있는 공장과 건물은 크고 시설이 좋다”, “새 옷과 새 신발을 줬고, 돌아올 때 선물도 받았다”는 말을 듣고도 이를 알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담겼다.

 

기소 당시 신씨는 방위병 신분이었으며, 1976년 군법회의에 회부돼 불고지죄가 인정돼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는 억울함을 풀지 못한 채 1984년 숨졌다.

 

이후 신씨의 아내와 딸은 지난해 경찰과 보안부대의 강압수사 의혹을 제기하며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법원은 신씨가 1972년 10월 경찰에 연행된 이후 1976년 12월 군 사법경찰관에게 인계될 때까지 4년여 동안 구속영장 없이 불법 구금된 사실이 인정된다며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재심 재판부는 “사건 관련 기초 자료를 종합하면 피고인이 영장 없이 연행돼 불법 구금된 사실이 인정된다”며 “법정 진술과 피의자 신문조서 역시 신빙성 없는 자백에 해당해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어 “재심 개시 이후 검사는 관련 증거를 제출하지 않았고, 무죄를 구형했다”며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무죄가 선고되자 방청석에 있던 유족들은 박수를 치며 오랜 억울함이 풀렸음을 표현했다. 신씨 측 변호인은 “이 사건으로 27명이나 되는 관련자들이 함께 처벌받았던 만큼, 이번 판결이 남은 피해자들의 명예 회복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