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을 지탱하는 모든 엔진이 한꺼번에 꺼지고 있다. 지난해 주택 시장의 미래를 보여주는 인허가부터 착공과 분양 그리고 실제 입주로 이어지는 준공 지표까지 전년 대비 일제히 하락 곡선을 그렸다. 당장의 매매 거래량은 서울을 중심으로 반등하고 있지만 2~3년 뒤 찾아올 ‘신축 아파트 대가뭄’에 대한 공포가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 사라진 새 아파트… 서울과 지방의 ‘극과 극’ 온도 차
30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5년 12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지난해 전국 주택 인허가는 37만 9834가구로 전년 대비 12.7% 감소했다. 특히 서울의 인허가 물량은 무려 19.2%나 빠졌다. 땅을 다지고 허가를 받아야 집을 짓는데 그 첫 단추부터 끼워지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건설 현장의 활기를 보여주는 착공 지표는 양극화의 정점을 찍었다. 서울은 전년 대비 23.2% 늘며 재건축 열기를 반영했지만 지방은 24.5% 급락하며 건설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았다. 공급의 ‘맥’이 끊기면서 향후 수도권 신축 아파트의 희소 가치는 더욱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 ‘월세 60%’ 시대의 습격… 전세 사다리가 사라진다
공급 위축보다 서민들이 더 피부로 느끼는 위협은 ‘전세의 종말’이다. 지난해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비중은 63.0%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2021년 43.5%였던 월세 비중이 매년 가파르게 상승하며 불과 4년 만에 60% 선을 돌파해 주거 문화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었다.
이는 고금리와 전세 사기 공포로 인해 세입자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월세를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12월 한 달간 전세 거래가 15.4% 늘어나는 사이 월세는 26.1% 폭증했다. 소득은 제자리인데 매달 나가는 주거비 부담만 커지면서 서민들의 자산 형성 기회는 점점 박탈당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악성 미분양’ 줄었지만… 지방은 여전히 ‘눈물’
소위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2만 8,641가구로 전월 대비 소폭 줄어들며 일단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처참하다. 악성 미분양의 85.2%가 지방에 쏠려 있어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이 전년 대비 42.6%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사이 지방 시장은 고사 직전의 위기를 맞고 있다.
집을 지을 땅도 지어지는 건물도 줄어드는 상황에서 월세 비중까지 치솟는 현재의 구조는 향후 주거비 폭등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와 공급 부족이라는 이중고가 한국 경제의 새로운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