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29일(현지시간) 한국을 환율 관찰대상국(monitoring list)로 재지정했다. 미국 교역촉진법상 3개 평가기준 중 무역흑자와 경상흑자 2개 요건을 충족한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하반기 원달러 환율이 1500원에 육박하는 등 원화 가치가 크게 하락한 것과 관련, 미국 정부는 한국 경제의 강한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과 부합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재정경제부 등에 따르면 미 재무부가 이날 발표한 ‘주요 교역대상국의 거시경제·환율정책 보고서’(환율보고서)를 보면 한국은 일본, 중국, 독일, 싱가포르 등 10개국과 함께 관찰대상국으로 분류됐다. 한국은 2024년 하반기 환율보고서 이후 3회 연속 관찰대상국에 포함됐다.
미 재무부는 자신들과 교역(상품 및 서비스) 규모가 큰 상위 20개국의 2024년 7월~2025년 6월 간의 거시정책 및 환율정책을 평가했다. 미 재무부는 이 기간 수집된 자료를 바탕으로 각국이 교역촉진법상 3개 요건을 충족하는 지 여부를 판단한다. 평가 기준은 △현저한 대미 무역흑자(상품+서비스 흑자 150억달러 이상) △상당한 경상흑자(경상흑자 국내총생산 대비 3% 이상) △ 지속적·일방향 시장개입(8개월 이상+GDP 2% 이상 달러 순매수) 3가지다. 이들 3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하면 심층분석국으로 지정되며, 2가지만 해당되면 관찰 대상국으로 분류된다. 미 재무부의 이번 평가에서 3가지 평가 기준을 모두 충족한 국가는 없었다.
한국의 경우 무역흑자와 경상흑자 부문이 요건에 해당됐다.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520억달러였고, GDP 대비 경상흑자도 5.9%로 나타나 3%를 넘었다.
한국이 이번에도 관찰대상국에 지정됐지만 한국에 대한 미 정부의 평가 중 눈에 띄는 대목은 없었다. 미 재무부는 우선 지난해 하반기 원화의 추가 약세에 대해 “한국의 강한 경제 펀더멘털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원화 약세가 적절하지 않다는 데 우리 정부와 입장을 같이하고 있는 셈이다.
미 재무부는 아울러 한국의 자본시장이 상당한 개방성을 유지하고 있으며 외환시장과 금융부문의 취약성을 관리하기 위해 일부 거시건전성 조치를 유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외환시장 거래시간 확대와 외국 금융기관의 국내 외환시장 참여 허용 등 외환시장 제도개선 노력이 외환시장의 회복력과 효율성을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연금의 외화 매수와 관련해서는 “해외투자 다변화 목적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국민연금과 한국은행 간 외환스와프는 지난해 4분기 원화 변동성이 확대된 시기 원화 약세 압력을 완화하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재경부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앞으로도 미 재무부와 긴밀하게 소통하며 외환시장에 대한 상호 이해와 신뢰를 확대하고,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협력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