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국을 환율 관찰 대상국으로 재차 지정했다. 지정 사유로는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 경상수지 흑자가 지목됐다. 우리 정부가 통화를 조작해 불공정한 경쟁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주시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29일(현지시간) 미국 재무부는 연방 의회에 보고한 ‘주요 교역 상대국의 거시경제 및 환율정책’ 반기 보고서에서 통화 관행과 거시정책에서 신중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한국과 중국, 일본, 독일, 스위스 등 10개국을 관찰 대상국 명단에 올렸다. 이로써 한국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전인 2024년 11월 환율관찰 대상국에 포함된 이후 줄곧 관찰 대상국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미 재무부는 이번에도 대미 무역흑자와 경상수지 흑자 문제를 지정 사유로 들었다. 재무부는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상당히 증가해 2025년 6월까지 4개 분기 동안 국내총생산(GDP)의 5.9%를 기록했으며, 전년 동기 4.3%에서 상승한 것”이라며 “이러한 증가는 상품 무역(반도체와 기타 기술 관련 제품)에 의해 거의 전적으로 주도됐다.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이제 팬데믹(대유행) 이전 5년 평균인 5.2%를 넘어선다”고 했다. 이어 “한국의 대미 상품·서비스 흑자는 팬데믹 이전 최고치였던 2016년에 기록한 180억달러(약 25조9000억원)의 2배 이상인 520억달러(74조8000억원)에 달했다”고 부연했다.
이와 함께 재무부 보고서에는 한국의 환율 동향과 관련, 원화 약세를 지적하는 내용도 실렸다. 재무부는 보고서를 통해 “2024년 4분기에는 한국은행이 11월에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국내 정치적 불안이 시작되면서 원화에 대한 절하 압력이 극심했다”며 “2025년 말 원화는 한국의 강력한 경제 기초여건과 부합하지 않게 추가로 약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다만 한국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보고서에는 “(한국 정부는) 절하와 절상 압력 모두에 대한 급격한 변동을 저지하지 위해 시장에 개입해왔다”면서, “2009∼2016년 원화 강세를 억제하기 위한 한국의 일관된 개입 패턴에서 벗어나 원화 약세에도 대응하는 등 대칭적 개입 패턴으로 전환한 것은 환영할만 하다”고 적시됐다.
미국은 2015년 제정된 무역 촉진법에 따라 자국과의 교역 규모가 큰 상위 20개국의 거시경제와 환율 정책을 평가, 일정 기준에 해당하면 심층분석국 또는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하고 있다. 평가 기준은 ▲150억달러(21조7500억원)이상의 대미 무역 흑자 ▲국내총생산(GDP)의 3% 이상에 해당하는 경상수지 흑자 ▲12개월 중 최소 8개월간 달러를 순매수하고 그 금액이 GDP의 2% 이상 등 3가지다. 이들 3가지 기준 모두에 해당하면 심층분석국으로 지정되며, 2가지만 해당할 경우 관찰 대상국이 된다. 이번엔 심층분석국은 지정되지 않았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재무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 무역 정책’을 지원하기 위해 무역 상대국들이 외환 개입과 비시장적 정책 및 관행을 통해 통화를 조작해 무역에서 불공정한 경쟁 우위를 점하고 있는지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