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값 랠리에도 ‘디지털 금’으로 불려온 비트코인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비트코인과 전통적인 안전자산 간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미 동부시간 이날 오후 1시30분 기준 비트코인 1개의 가격은 24시간 전과 견줘 약 5% 하락한 7만8309달러를 기록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8만 달러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4월 11일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10월 6일 기록한 사상 최고가 12만6210.5달러와 비교하면 약 38% 하락한 수치다. 비트코인 가격은 당시 최고가를 기록한 이후 가파르게 하락해 지난해 11월 20일 8만 달러선까지 떨어졌다가 반등에 성공해 지난 14일에는 9만8000달러에 근접했다. 그러나 이후 10만 달러에 이르지 못하고 다시 급락세로 돌아섰다.
비트코인뿐만 아니라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은 24시간 전보다 약 11% 떨어진 개당 약 2394달러에 거래됐다. 솔라나는 약 14% 떨어졌다. 블룸버그는 “이번 투매로 지난 24시간 동안 전체 가상화폐 시장 가치에서 약 1110억 달러(약 161조원)가 사라졌다”고 했다.
최근의 비트코인 가치 하락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으로 케빈 워시를 지명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분석했다.
워시 지명자가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기조에 동조하고 있지만, 그가 통화 긴축을 선호하는 매파적인 성향을 보여온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헤이든 휴즈 토크나이즈캐피털 파트너는 “워시는 너무 빨리 (금리를) 낮추는 것의 위험성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정통 경제학자”라고 평가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를 중심으로 한 소프트웨어 업종의 주가 급락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30일 기준 나스닥 지수는 장중 한때 2% 이상 하락했고 금 가격 역시 전날 기록한 최고치에서 약 10% 가까이 급락했다.
수급 불안도 가상화폐 하락을 부추겼다.
미국 시장에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 12개는 3개월 연속 자산 순유출을 기록 중이다. 이 기간 빠져나간 자금은 약 57억 달러(약 8조1600억원)에 달한다.
비트코인은 한때 ‘디지털 금’으로 불리며 기존 안전자산의 대안으로 떠올랐으나,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그린란드 논란 등 지정학적 긴장 속에서 하락세를 보이면서 이와 같은 인식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미 경제방송 CNBC는 분석했다.
단기 전망 역시 밝지 않다. 주요 지지선이 붕괴된 만큼 가격이 7만달러대까지 추가 하락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 자산운용사 레든의 존 글로버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비트코인 매도세에 대해 “10월 신고가 경신 이후 이어지고 있는 전반적인 조정 과정의 일부”라며 “가격이 7만1000달러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