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국산 제품에 대한 상호관세 25%로 인상’ 발언이 엄포가 아니라 조만간 가시화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 관세 협상을 한 뒤 ‘빈손’으로 돌아온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미국의 관세 인상 조치는 시작된 것과 다름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다. 미국이 관세 인상 명분으로 한국의 대미 투자 관련 입법과 실행 방안 확정 지연을 문제 삼은 만큼 대미투자특별법 조속 통과 등 정부와 국회가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 장관은 지난달 31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면서 취재진이 방미 협상 결과를 묻자 “한국 정부가 그때 (지난해 10월 타결)했던 관세 협정에 대해 이행을 안 하려 한다거나 지연할 의도는 전혀 없다는 점에 대해 충분히 (미국 측과) 이야기했다”며 “상호 간 이해가 굉장히 깊어졌다. 어떤 불필요한 오해는 해소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캐나다 잠수함 사업 수주를 지원하기 위해 캐나다를 방문 중이던 김 장관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산 제품 상호관세를 15%에서 한·미 무역 합의 이전 수준인 25%로 다시 올리겠다고 하자 28일 밤 미국으로 급파됐다. 이후 워싱턴 DC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을 2차례 만나 미국 측 진의를 파악하며 한국 측 입장을 설명하는 데 주력했다.
김 장관의 바통은 30일(현지시간) 새벽 미국으로 날아간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이어 받았다. 여 본부장은 워싱턴 DC에 도착해 미 정부 당국자와 연방 의회,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관세 인상 저지를 위한 설득 작업을 벌이고 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만남도 예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조현 외교부 장관도 4일 미 국무부가 주최하는 핵심광물 장관급 회의에 참석해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회담하게 될 경우 관세 합의 내용에 대한 한국 정부의 노력을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민간에서도 측면 지원에 나섰다. 호세 무뇨스 현대자동차 사장은 31일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현대차의 신속한 대미 투자 계획을 강조했다. 지난해 현대차는 향후 4년간 미국에 260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무뇨스 사장은 “(투자) 속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투자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는 빠를수록 좋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WSJ에 자신의 관세 정책과 관련해 자화자찬한 글을 기고하면서 한국과 관련한 성과를 가장 먼저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관세 협상의 결과로 한국 기업들이 미국 조선산업을 되살리기 위해 1500억달러(약 217조8000억원)를 투자하고 있다”며 “이는 미국 제조업과 국가 안보를 동시에 강화하는 조치”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