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30% “양육비 부담”… 2030 “집값 무서워 출산 꺼려” 22% [창간37-여론조사]

저출생

40대 이상보다 2030서 집값 민감
강원선 3%만 “저출생 원인” 응답
서울 19%·경기인천도 20% 달해
저출산위원장 등 담당 수장 공백
정부 인구정책 안이한 인식 우려

2030세대 10명 중 2명은 저출생의 원인을 ‘집값’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결혼적령기로 받아들여지는 이들 세대 이후에는 집값을 저출생 원인으로 꼽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집값이 저출생 이유라는 시각은 지방보다는 서울·수도권 거주자에게서 두드러졌다. 사회적 양극화가 출산 양극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세계일보가 창간 37주년을 맞아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달 29일부터 30일까지 전국 성인 1010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 방식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저출생의 원인으로 ‘자녀 양육 경제적 부담’(30%)이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이어 ‘취업·고용 불안정 등 소득 불안’(23%), ‘집값 등 과도한 주거비용’(18%), ‘개인 삶 중시 분위기’(12%), ‘출산·육아 등 여성의 경력 단절’(8%) 순으로 나타났다.

세대별로 보면 유독 2030에서 ‘집값’을 꼽는 비중이 컸다. 40대부터 70대 이상까지는 집값을 꼽은 비중이 14∼16%였으나, 20대와 30대에서는 모두 22%로 집계됐다.



지역별로 봤을 때는 강원과 광주·전라에서 집값을 택한 비중이 작았다. 강원에서 집값을 꼽은 비중은 3%, 광주·전라에서는 8%에 그쳤다. 반면 인천·경기, 대구·경북에서는 각각 20%, 서울에서는 19%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양극화의 산물’로 이 같은 결과를 해석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경북행복재단대표)는 “수도권에 사는 2030은 집값 부담이 상당해 저출생에 영향을 받기 마련”이라며 “양육비 부담 역시 ‘압박 비용’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했다.

최근 저출생 흐름에 변화 기조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이다. 출생아 수는 1년 넘게 증가세이며, 지난해 1∼11월 태어난 아기 수는 23만명을 웃돌아 18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0.79명으로 1년 전보다 0.02명 증가했다.

출산의 선행지표인 혼인도 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혼인은 1만9079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해 20개월 연속 늘었다. 결혼에 긍정적으로 답한 미혼 남여 비율도 2년 연속 올랐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지난해 9월 전국 만 20∼44세 남녀 205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미혼 남성의 결혼 의향은 전년 58.5%에서 60.8%로, 미혼 여성은 44.6%에서 47.6%로 높아졌다.

저출생 반등은 ‘육아휴직 확대’ 등 정책적 효과에 더해 그간의 출생률이 ‘바닥을 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통상 인구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수준은 2.1명이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8대로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58명)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런 가운데 정부 차원의 위기의식이 희미하다는 점은 우려를 키운다.

대통령실 인구정책비서관 자리는 인공지능(AI)을 담당하는 AI미래기획수석 산하로 이동한 뒤 정부 출범부터 현재까지 공석이다. 인구정책의 콘트롤타워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 수장 자리도 비어 있는 상태다. 저고위가 발표하는 ‘제5차 저출산·고령화 기본계획’(2026∼2030년)은 해가 바뀌도록 감감무소식이다.

전문가들은 구조적 문제를 푸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서울대 인구정책센터장)는 “저출산 이야기를 20년간 하고 있지만 상황은 쉽게 변하지 않는 모습”이라고 했다. 특히 저소득층에서 출산을 꺼리는 현상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른바 ‘출산 양극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구체적으로 1994년생들이 출산하는 연령대로 접어들고 있다며 이들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정책이 절실하다고 했다. 그는 “1988년생 이후 가장 많은 인구가 1994년생들”이라며 “2000년생으로 가면 인구가 다시 급격히 줄기 때문에 이들에게 집중해 정책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도 “사교육비, 주거 환경 등 막대한 비용이 부모의 삶을 압박하고 있다”며 “사회구조 개편이 이뤄져야 압박 비용이 줄어 출산 인식이 개선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조사 어떻게… 전국 성인 1010명 무작위 추출 전화 인터뷰

 

세계일보는 창간 37주년을 맞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에 의뢰해 한국 사회의 최우선 과제 관련 여론 등을 들었다.

 

이번 조사는 1월 29일부터 30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0명을 대상으로 무선 전화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했다. 표본은 통신사 제공 휴대전화 가상번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했고, 지난해 12월 행정안전부 발표 주민등록인구를 기준으로 성·연령·지역별 인구비례 가중치(셀가중)를 부여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은 13.7%(총 통화시도 7361건)다. 조사 결과는 소수점 첫째 자리에서 반올림한 값으로 세부 항목의 합이 100%가 되지 않을 수 있다. 전체 응답자 구성은 남성 502명(50%), 여성 508명(50%)이다. 연령별로는 만 18~29세 152명(15%), 30대 151명(15%), 40대 171명(17%), 50대 196명(19%), 60대 180명(18%), 70세 이상 160명(16%)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