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운지구·태릉CC 설전 확산…김병민 “이중잣대 아니면 뭔가”

국토교통부가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태릉CC) 부지에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문화재 보호와 개발을 둘러싼 정부와 서울시 간 장외 공방이 뜨겁다. 이번에는 김병민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대통령의 말 한마디면 원칙도 입맛대로 바꾸고 주민의사도 무시하는 것이 정상적인 정부인가”라고 날을 세웠다.

 

김병민 서울시 정무부시장. 연합뉴스

김 부시장은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2020년 8·4 대책 이후 태릉CC는 세계유산영향평가 시범 대상 지역으로 선정돼 이미 국가유산청의 국내 심의를 거쳤다”며 “그 결과 2024년 국가유산청 심의에서 개발 높이는 수목선 이하로 제한됐고 건설 규모는 5000호를 넘을 수 없게 돼 사업성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사실상 중단 상태에 놓였다”고 말했다.

 

김 부시장은 이어 “이번 정부의 태릉CC 개발 발표는 이 모든 과정을 없던 일로 만드는 내용”이라며 “문화유산 보호라는 원칙을 스스로 뒤집고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기존 국가유산청 심의 결과를 다시 갈아엎겠다는 선언”이라고 강조했다.

 

김 부시장은 특히 세계유산영향평가의 기준이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 훼손 여부’라면 태릉CC에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한 정부의 ‘1·29 수도권 주택공급 대책’은 더더욱 이해하기 어렵다고 역설했다. 김 부시장은 그 이유로 “종묘 인접 세운지구에는 수목선 이하 원칙을 절대 기준처럼 적용하면서 같은 기준을 이미 적용받아 사업이 멈춘 태릉CC에는 다시 예외를 허용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이것이 이중잣대가 아니면 무엇인가”라고 일침을 가했다.

 

지난달 29일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태릉CC) 부와 경기 구리시 구리갈매역세권공공주택지구의 모습. 뉴스1

김 부시장은 이번 정책 추진 과정에서 주민의사 또한 무시되고 있다고 짚었다. 세운지구 개발은 수십 년간 종로 주민들의 절박한 염원이 담긴 생존의 과제인 반면 태릉CC는 문재인 정부 당시에도 노원구 주민들이 반대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부시장은 “만약 정부가 정말로 세계유산영향평가의 원칙을 새로 정립하고 수목선 기준을 재검토할 의지가 있다면 그 기준은 태릉CC에만 선택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아닌 세운지구에도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는 또 태릉CC의 13%가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에 직접 포함되고 세운지구는 그 범위 밖에 있다는 점도 부각하고 있다.

 

김 부시장은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차기 후보로 꼽히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을 직접적으로 겨냥해 “대통령의 선택으로 유명세를 탄 인물이기에 더욱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과 대통령의 뜻이 상충하는 부동산 정책에 있어 시민이 우선인지 대통령이 우선인지 분명히 밝혀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는 정 구청장이 오 시장을 정조준해 “디테일이 틀린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다”고 반박했기 때문으로 읽힌다.

 

오세훈 서울시장(왼쪽)과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군인 정원오 성동구청장. 뉴시스

앞서 오 시장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두 부처가 각각 다른 나라 정부가 아니고서야 국가유산청의 결론과 국토부의 결론이 다를 수 있나”라며 문화재 가치 훼손을 이유로 종로구 세운지구 개발에는 반대하면서 태릉CC에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은 모순이자 이중잣대라고 비판한 바 있다. 전날 이재명 대통령이 엑스(X)에 “종묘 앞 고층 개발은 되고, 태릉 옆 주택 공급은 안 되나”라며 “어떤 차이가 있을까. 똑같은 사안에 정반대의 입장”이라고 적은 것을 맞받은 것이다.

 

그러나 오 시장의 주장에 정 구청장은 “원칙에 따라 받아야 할 세계유산영향평가는 회피한 채 디테일이 틀린 이야기만 반복하고 있다”며 “세계문화유산 근처의 개발은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받고 그 결과에 맞춰 조정해 추진하면 된다”고 재반박했다.

 

정 구청장은 “태릉CC의 경우 정부는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받겠다는 취지로 설명해 온 반면 세운4구역은 유네스코가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요구한 사안임에도 서울시는 이를 거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 구청장은 “국내의 법·조례와 유네스코 세계유산영향평가는 서로 다른 체계”라며 “국내에서 정한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이 얼마나 겹치느냐가 영향평가 필요 여부를 결정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