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가기 전 해보세요”…혈관 리셋하는 ‘48시간 오트밀’의 기적

네이처 논문이 밝힌 놀라운 반전, 약물 없이 오직 식단만으로 혈중 지질 싹 걷어냈다
국내 성인 3명 중 1명 대사증후군…“평생 약 달고 살기 싫다면 식이 변화가 최우선”
마리-크리스틴 시몬 교수 “이틀간 집중 조절, 대사지표 실질적으로 바뀌는 것 확인”

직장인 김철수(52·가명) 부장은 지난달 건강검진 결과표를 받고 한숨을 푹 내쉬었습니다. 뱃살이 좀 나왔다 싶긴 했지만, ‘대사증후군’ 판정을 받을 줄은 몰랐거든요. 혈압은 경계치를 넘나들고, 나쁜 콜레스테롤(LDL) 수치는 붉은색 경고등이 켜진 상태였습니다. 의사는 고지혈증 약 복용을 권유했지만, 김 부장은 덜컥 겁이 났습니다. “한번 약을 먹기 시작하면 평생 못 끊는다던데….” 약 대신 식단으로 조절해 보겠다고 큰소리쳤지만, 회식 잦은 연말연시에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오트밀(귀리)에 풍부한 수용성 식이섬유 ‘베타글루칸’은 장내에서 콜레스테롤 흡수를 방해하고 배출을 돕는 역할을 한다. 게티이미지

김 부장 같은 분들이 눈여겨볼 만한 흥미로운 실험 결과가 나왔습니다. 딱 이틀, 주말 동안 ‘이것’만 챙겨 먹어도 혈관 기름때가 쏙 빠질 수 있다는 연구입니다. 바로 ‘오트밀(귀리)’ 이야기입니다.

 

◆성인 절반이 ‘예비 환자’…남 일 아니다

 

김 부장의 고민은 비단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 중년의 현주소다.

 

2일 대한당뇨병학회와 국가데이터처 자료를 종합해 보면, 국내 30세 이상 성인 3명 중 1명은 대사증후군을 앓고 있다. 특히 남성의 경우 유병률이 40%를 훌쩍 넘긴다.

 

혈관 건강은 더 심각하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가 발표한 ‘2024 이상지질혈증 팩트시트’에 따르면, 20세 이상 성인의 이상지질혈증 유병률은 무려 44%에 달한다. 길을 걷는 성인 두 명 중 한 명은 혈액 속에 기름이 둥둥 떠다니는 잠재적 연구 대상자라는 뜻이다. 약물 치료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에게 ‘식이요법’만으로 수치를 개선할 수 있다는 소식은 가뭄의 단비와도 같다.

 

◆굶지 않고 ‘바짝’ 조였더니…LDL 10% 감소

 

최근 독일 본대학교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내놓은 연구 결과는 ‘단기 집중 관리’의 힘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과체중이면서 고혈압이나 고지혈증 등 대사증후군 증상을 가진 환자 32명을 모았다.

 

실험 방식은 독특했다. 참가자들은 이틀 동안 하루 세끼를 오로지 물에 불린 ‘오트밀’만 먹었다. 섭취 열량은 평소의 절반 수준으로 확 줄였고, 입이 심심할 때 과일이나 채소를 아주 조금 곁들이는 것 외에는 다른 음식을 차단했다. 비교군은 오트밀 없이 칼로리만 똑같이 줄인 식단을 따랐다.

 

결과는 놀라웠다. 이틀 뒤 체중계 숫자는 두 그룹 모두 약 2㎏씩 줄었지만, 혈액 검사 결과지는 판이했다. 단순히 굶어서 칼로리를 줄인 그룹은 콜레스테롤 수치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반면 ‘오트밀 집중 식단’을 실천한 그룹은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평균 10%나 떨어졌다. 더 신기한 건 이 효과의 ‘유통기한’이다. 이틀간의 식단 조절이 끝난 후 다시 일반 식사로 돌아갔음에도, 떨어진 수치는 최대 6주간 유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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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내 세균이 만든 ‘천연 치료제’

 

오트밀의 무엇이 이런 마법을 부렸을까. 핵심은 오트밀 속 끈적끈적한 성분인 ‘베타글루칸(Beta-glucan)’에 있다. 베타글루칸은 장 안에서 젤리처럼 변해 콜레스테롤이 몸에 흡수되는 것을 막고, 담즙산의 재흡수를 방해해 간이 혈액 속 콜레스테롤을 더 많이 끌어다 쓰게 만든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하루 3g 이상 섭취 시 심혈관 질환 위험을 낮춘다고 인정한 성분이다.

 

연구진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갔다. 이번 연구의 숨은 공신으로 ‘장내 미생물’을 지목한 것이다. 오트밀이 뱃속에 들어가면 특정 장내 세균의 먹이가 되는데, 이 과정에서 세균들이 ‘단쇄지방산(SCFA)’이라는 대사 산물을 뿜어낸다.

 

국내 30세 이상 성인 3명 중 1명이 대사증후군을 앓고 있는 가운데, 최근 약물 없이 단기 식단 조절만으로 혈중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10%가량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받고 있다. 오트밀을 이용해 만든 다양한 요리. 인스타그램 갈무리

프로피온산 같은 단쇄지방산은 간으로 이동해 콜레스테롤이 새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억제하는 ‘스위치’ 역할을 한다. 즉, 오트밀이 장내 세균을 훈련시켜 우리 몸 스스로 콜레스테롤 공장 가동을 멈추게 한 셈이다.

 

연구를 주도한 마리-크리스틴 시몬 교수는 “단기간이라도 확실한 식단 변화를 주면 대사 지표가 극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며 “매일 조금씩 먹는 것보다, 가끔씩 며칠간 집중적으로 섭취하는 ‘충격 요법’이 장내 환경을 리셋하는 데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연구팀은 이런 효과를 지속하기 위해선 주기적인 반복이 필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