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설 민생대책, 지속 가능한 물가정책 이어져야

새해를 맞이하고 2026년이라는 숫자가 아직 익숙하게 느껴지지도 않는데, 벌써 달력의 한 장을 떼어내고 2월이 되었다. 주말과 이어져 민족의 명절 설날을 나타내는 연속된 빨간 숫자들을 보면 흐뭇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설을 앞두고 장바구니 물가가 걱정이다.

지난해 하반기 총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대 초반으로 안정된 모습이었지만, 쌀·배추·사과 등 농축수산물을 중심으로 한 생활물가는 2%대 후반으로 상승 추세에 있었다. 이에 더해 최근 고환율이 이어진 상황에서 조만간 수입물가가 오르고 서민들의 장바구니 부담을 더욱 키우게 되면 어쩌나 마음이 편치 않다. 명절을 앞두고 성수품 수요가 집중되는 시기에는 체감물가 상승이 더욱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김성은 세종대 경제학과 교수

설을 앞두고 1월28일 정부는 설 민생안정대책을 발표했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성수품 물가 안정 대책이다.



정부는 배추·무·사과 등 설 성수품을 평시 대비 1.5배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로 공급하고, 총 910억원의 재정을 투입해 농축수산물과 선물세트를 최대 50%까지 할인한다. 여기에 고등어·바나나 등 일부 품목에 할당관세를 적용하고, 전통시장 온누리상품권 환급 행사를 대폭 확대함으로써 체감물가를 낮추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물가에 대해 정부가 걱정하고 나설 때는 기업과 소상공인을 옥죄는 단순한 가격 통제 방식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특정 기업을 타깃으로 압박하는 모습이 언론을 통해 전해지는 경우도 있었다.

이번 대책은 공급 확대와 유통 단계의 할인 지원을 병행하여 가격 불안을 완화하는 친시장적 접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민생 부담 경감 대책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명절 자금을 역대 최대 규모로 공급하고, 만기 도래 대출·보증에 대한 연장 조치를 통해 자금 압박을 완화했다. 동시에 생계급여·장애수당 등 주요 복지급여를 설 이전에 조기 지급하고, 서민금융과 햇살론, 소상공인 바우처를 통해 취약계층의 유동성을 보강했다. 이는 고금리·고물가 환경에서 현금 흐름이 막혀 어려운 계층에게 숨통을 틔우는 조치다.

내수 활성화 측면에서도 교통비와 주차비 감면, 중소기업 등 근로자 대상 국내 여행 경비 지원, 비수도권 지역 숙박쿠폰 배포 등 소비를 자극할 수 있는 수단들이 종합적으로 제시됐다. 특히 지역 상권과 전통시장으로 소비가 유입되도록 설계된 점이 눈에 띈다. 이러한 정책 방향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어려움이 컸던 지방과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내수를 회복시키려는 정부의 노력을 보여준다.

자산과 소득 증가가 상위 계층에 집중되는 이른바 ‘K자형 성장’이 고착화되면서, 서민과 취약계층이 체감하는 경기 회복의 온도는 여전히 낮다. 코스피 지수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투자는커녕 당장 이번 달 생활비가 걱정인 서민들이 많다. 이러한 대책만으로 구조적인 양극화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명절을 앞둔 시점에서 생활물가와 유동성 부담을 완화하고, 소비 심리를 회복시키는 데에는 일정 정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설 대책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물가 안정과 취약계층 보호라는 정책 기조로 계속 이어지기를 바란다. 민생의 어려움이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만큼, 정부의 일관되고 지속적인 정책 대응이 중요하다.

 

김성은 세종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