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사상 첫 ‘5000 시대’를 열며 환호했던 코스피가 차기 미 연준 의장의 매파적 성향과 은값 폭락이라는 대외 악재에 직격탄을 맞으며 하루 만에 5% 넘게 급락해 4940선으로 후퇴했다. 불과 4거래일 만에 심리적 마지노선이 무너지자 시장에서는 공황 매도(패닉셀링) 양상이 나타나며 투자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이번 폭락의 방아쇠는 미국발 인사 소식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차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으로 케빈 워시 전 이사를 지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워시는 과거 금융위기 당시부터 강경한 긴축을 선호해온 대표적 ‘매파’ 인물이다. 그가 지명되자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 기대감이 꺾이고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했다.
여기에 원자재 시장의 ‘플래시 크래시(순간 폭락)’가 공포를 더했다. 그간 투기적 수요로 급등했던 은 가격이 하루 만에 31% 넘게 폭락했고 금 가격마저 10% 이상 떨어지며 전 세계 금융시장에 충격을 줬다. 안전자산으로 꼽히던 귀금속 가격이 무너지자 레버리지 자산의 증거금을 보전하기 위해 주식을 강제로 매도하는 연쇄 반응이 증시 하락을 가속화했다.
국내 증시의 기둥인 반도체 대장주들도 속수무책이었다. 삼성전자는 6.29% 하락하며 15만 400원으로 밀려났고 SK하이닉스는 8.69% 폭락한 83만 원으로 장을 마쳤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동반 추락하자 한국거래소는 낮 12시 31분경 올해 첫 유가증권시장 매도 사이드카를 발동했다. 프로그램 매매를 일시 중단시켜 시장을 진정시키려 했으나 쏟아지는 매물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날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2조 5161억 원, 2조 2127억 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올해 최대 액수인 4조 5872억 원을 순매수하며 홀로 방어전에 나섰다. 하지만 환율마저 1464.3원을 기록하는 등 대외 여건이 악화되면서 개인의 ‘사자’ 공세도 지수 하락을 막아내지는 못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폭락을 ‘심리적 과매도’ 구간으로 해석하고 있다.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기존에 언급되던 후보군 중 가장 매파적 성향으로 여겨지던 워시 전 연준 이사가 차기 의장으로 지명되면서 금융시장 충격이 확산했다”며 “그동안 급등세를 보였던 레버리지 자산들의 투기적 수요가 일제히 위축됐다”고 분석했다.
키움증권 한지영 연구원은 “국내 강세장의 동력인 이익 모멘텀과 낮은 밸류이에션 부담이라는 재료는 변하지 않는 만큼 패닉셀링에 동참하는 건 실익이 크지 않다”며 “공포에 휩쓸려 실익 없는 매도에 동참하기보다 차분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