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주 “2인자의 반란” 정청래 직격 … 당권파 “당원이 심판” 맞불 [與 최고위 ‘합당론’ 공개 충돌]

8월 전대 ‘전초전’ 방불

이해찬 애도 끝나자 갈등 폭발
황명선 “대통령은 민생 메시지
당 뭐하는지 냉정히 돌아봐야”
문정복 “鄭은 개인 아닌 당대표”
당원 지지 강조하며 ‘심판’ 경고
金총리 “당명 지켜지면 좋겠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2일 ‘합당’ 문제를 두고 정면 충돌한 건 8월 전당대회의 전초전 성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청래 대표와 김민석 국무총리가 차기 당대표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당내에서는 정 대표 측이 연임에 유리한 구도를 만들기 위해 1인1표제에 이어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을 추진한다고 보는 시각이 강하다. 비당권파는 이를 ‘반란’이란 표현을 써가며 정 대표를 공개 직격했고, 당권파는 비당권파를 향해 ‘당원 심판’을 경고하며 갈등에 불을 지폈다.

 

◆비당권파, 정청래 면전에 질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오른쪽)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이언주 최고위원과 반대 방향을 바라보며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다. 회의에서 이 최고위원은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을 추진하려는 정 대표를 겨눠 “이재명의 민주당을 정청래·조국의 민주당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허정호 선임기자

이해찬 국무총리 애도 기간 이후 처음 열린 이날 최고위원회의는 합당을 놓고 벌인 ‘난상 토론회’를 방불케 했다. 애도 기간 동안 당무를 최소화하자는 방침에 따라 묵혀온 갈등이 한 번에 폭발한 모습이었다.

 

비당권파로 분류되는 이언주 최고위원은 합당과 관련해 “영화나 소설을 보면 고대 로마에서는 2인자, 3인자에 의한 ‘반란’이 빈번했다”며 “최근 상황을 보면 고대 로마가 생각난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치적 본질은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매우 높고 대통령의 권한이 강력한 임기 초반에 2인자, 3인자들이 판을 바꿔 당권과 대권을 향한 욕망, 본인들이 간판이 되려는 욕망이 표출된 결과”라고 덧붙였다. 정 대표의 합당 추진에 대해 당의 주도권을 갖기 위한 반란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비당권파 의원들은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명선 최고위원은 “대통령은 부동산, 설탕부담금 등 민생 중심의 정책 메시지를 쉼 없이 내고 있는데, 민주당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냉정히 돌아봐야 한다”며 “대통령 한 사람만 전력질주하고 당은 대통령을 외롭게 두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강득구 최고위원도 “이번 합당 제안은 전적으로 대표 개인의 제안이었다. 최고위원회에는 논의도 없이 그야말로 일방적 통보 전달만 있었다”며 “(합당은) 결단코 대표 개인이나 소수의 밀실론, 밀실 합의로 시작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당권파는 즉각 반격에 나섰다. 당권파인 문정복 최고위원은 “이재명 당대표 면전에서 이재명 대표에게 독설을 쏟아냈던 그 많은 사람들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기억하라”며 “그 사람들, 당원들이 다 심판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대표는 개인이 아닌 우리 당의 대표”라며 “명심하기 바란다”고도 했다. 정 대표가 당원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정 대표를 공개비판한 것에 대해 당원들이 심판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5차 중앙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뉴스1

◆정청래·김민석은 발언 자제

 

정 대표는 확전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그는 의원들의 비판에 직접 대응하지 않은 채 “당원들에게 길을 묻고, 당원들이 가라는 곳으로 가겠다”는 발언으로 마무리했다. 또한 “내일 밀려올 파도는 오늘 처리하는 일을 소홀하게 할 수 있기에 오늘 일에 집중한다”며 “그 하루하루가 더해져 제 임기가 진행될 것”이라고도 했다. 합당에 대한 의원 여론이 악화하면서 당원 지지에 주력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가 추진하는 ‘1인1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당헌 개정안도 중앙위원회에 상정됐다. 지난해 12월 중앙위에서는 투표율이 저조해 부결됐던 만큼, 정 대표는 최고위 회의에서 “중앙위 여러분께서 당원 주권시대에 높은 투표율과 찬성률로 마무리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투표를 독려했다. 표결이 이날 오전 10시부터 이틀간 진행되는 가운데 이번에도 부결될 경우, 합당 갈등에 이어 정 대표 리더십이 크게 타격 입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초선 모임인 ‘더민초’ 지도부가 정 대표에 합당 관련 간담회를 요청하기로 하는 등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도 정 대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2일 서울 총리공관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있다. 공동취재

다만 김 총리 또한 정 대표 측과의 정면 충돌은 자제하는 기색이다. 김 총리는 기자간담회에서 합당 관련해 “근본적으로 이 문제가 제기된 상황을 감안해 각 당에서 논의 충분히 하셔서 풀어가는 것이 좋다고 보고 있다”며 당 차원의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 대표와는 대단히 가깝다”며 “당내 분들은 ‘1인1표제를 원칙적으로 반대 안 하는 게 좋겠다’, ‘통합에 대해서도 원칙적으로 반대 안 했으면 좋겠다’, ‘정 대표의 진퇴를 거론 안 했으면 좋겠다’는 제 이야기 들은 분들이 꽤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제 개인적인 소망은 민주당명은 지켜지는 논의면 참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