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내부에서 한동훈 전 대표 제명을 둘러싼 내홍이 채 수습되지 않은 가운데 현 지도부 체제로 6·3 지방선거를 치르기는 힘들다며 장동혁 대표를 비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장 대표는 “경찰 수사를 통해 한 전 대표의 징계가 잘못된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며 정면돌파 의지를 밝혔고, 당 지도부는 지방선거를 위한 인재영입위원장 인선을 발표하는 등 선거 체제 전환에 돌입하며 ‘개문발차(開門發車)’에 나선 형국이다.
◆계속되는 韓 제명 ‘후폭풍’
친한(친한동훈)계는 2일 장 대표를 겨냥해 사퇴를 요구하는 등 비판을 이어갔고, 당권파에선 내부 총질을 멈추고 자중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당내 소장파 모임 ‘대안과 미래’ 소속 김용태 의원은 YTN 라디오에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내홍이 이어질 경우 당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치적 해법이 필요하다”며 장 대표 체제에 대한 재신임 투표의 필요성을 거듭 제기했다. 김 의원은 “지역을 다니다 보면 당원들이 ‘이대로 선거를 치를 수 있겠느냐’는 불안감을 많이 이야기한다”고 토로했다.
당내 지방선거 핵심 주자로 꼽히는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장동혁 디스카운트’가 지방선거를 덮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오 시장은 “저 혼자만의 염려가 아니라 서울·인천·경기의 각 지자체장 출마자들은 상당히 노심초사하고 있을 것”이라며 “수도권에서 대패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그때 가서 책임을 묻는 것보다는 지금 노선 변화를 강력한 목소리로 요구하는 것이 더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당권파는 지도부 사퇴론에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김민수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난 8년 동안 지도부가 단 한 번도 임기를 마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당원들이 선택한 당 대표의 목을 치려고 한다면 무엇을 걸 것인지 묻는다. 국회의원직이라도 걸겠느냐”고 반문했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장을 맡고 있는 임이자 의원도 “지도부를 흔들고 비토해온 사람들에게 분명히 묻겠다”며 “재신임 투표결과에 토 달지 않고, 딴소리하지 않고, 100% 수용할 것을 약속할 수 있느냐”고 거들었다. 임 의원은 “말만 하지 않고, 재경위원장 자리를 걸겠다”며 투표 결과 100% 수용을 전제로 한 전당원의 지도부 재신임 투표를 제안했다.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의원총회에서도 친한계와 당권파의 의견이 맞부딪친 것으로 전해졌다. 장 대표는 친한계 의원들의 요구로 의총에서 한 전 대표 제명 결정 과정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는 한 전 대표와 가족을 둘러싼 ‘당원게시판 사태’를 경찰 수사를 통해 털고 가겠다는 뜻을 밝히는 동시에 “한 전 대표의 결백이 밝혀지면,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고 언급했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이 전했다.
◆지도부는 선거 모드 ‘강행’
당 지도부는 한 전 대표 제명 이슈는 지난주 마침표를 찍은 만큼 지방선거에 당력을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인재영입위원장에 재선의 조정훈 의원을 임명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조 의원은 세계은행(WB) 출신으로 15년간 경제 정책을 연구해왔고, 당내에서 수도권 중에서도 험지로 꼽히는 서울 마포갑에 지역구를 두고 있다.
앞서 장 대표가 신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국정 대안 전문가위원회는 한근태 전 경희대 총장과 신동욱 최고위원이 공동위원장을 맡게 됐고,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은 40·50대 소통을 위한 맘(mom)편한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김민전 의원이 임명됐다.
국민의힘은 조만간 지방선거 경선을 포함한 공천 과정 전반을 담당할 공천관리위원장 인선도 공개할 계획이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공관위원장은 이번 주 내 최대한 발표할 수 있도록 당 대표가 복수의 인물을 갖고 고민 중”이라며 “발표 시기를 조율 중”이라고 전했다.
당 쇄신안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당명 개정 절차의 완료 시점은 예정보다 늦어진 이달 말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 연휴까지 당명 후보군을 추린 뒤 23일쯤 최고위원회의에 당명 개정안이 상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