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설탕·전기 등 민생과 밀접한 품목에서 수년간 담합을 벌여 가격을 교란한 업체와 관계자들이 대거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의 담합 행위로 밀가루 가격은 최고 42.4%, 설탕은 66.7%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나희석)는 2일 “국민 식생활의 근간을 이루는 설탕·밀가루의 가격 담합으로 식품 물가 전반을 뒤흔들고, 전기료의 가파른 상승으로 가정경제를 위협하는 담합의 전모를 밝혀 총 52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밀가루 시장을 과점하는 제분사들은 2020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국내 밀가루 가격의 변동 여부, 변동 폭과 그 시기 등을 상호 합의를 통해 결정하는 방식으로 시장 질서를 교란했다. 이들은 공정거래위원회 감시를 피하고자 회사마다 변동 가격과 시기를 다르게 조정한 후 최종 담합 가격에 이르게 하는 수법을 논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범행 기간 밀가루 가격이 최고 42.4%까지 인상됐으며 그 후로도 담합 이전과 비교해 22.7%가 인상된 수준의 가격이 형성됐다고 봤다. 대한제분·사조동아원·삼양사·대선제분·삼화제분·한탑 등 제분업체 6곳과 대표이사를 포함한 20명이 불구속 기소됐다.
한국전력공사에서 발주한 가스절연개폐장치 입찰에는 7년6개월간 145건에서 담합이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효성·현대·LS 등 업체 10곳이 사전에 업체별 낙찰 건을 합의하고, 납품이 결정된 업체가 높은 가격으로 낙찰받도록 제시할 가격까지 공유한 것으로 파악했다. LS일렉트릭과 일진전기 소속 전현직 등 4개사 임직원 4명이 구속 기소됐고, 관련 업체 임직원 7명과 8개 법인이 각각 불구속 기소됐다.
일부 관계자는 검찰 압수수색이 이뤄진 시점에 ‘꼬리자르기’ 정황도 포착됐다.
검찰은 “법 집행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형사처벌 강화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현행법상 담합으로 인한 공정거래법위반죄의 법정형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 벌금으로 미국, 영국, 일본 등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