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정부 정책 생중계 확대에… 부처마다 “아이템을 찾아라”

‘꿀팁’ 문의 쇄도·물밑경쟁 치열
법제처, 1월 초 첫 ‘테이프’
“노하우 공유 좀…” 벤치마킹 과열

“국민 정책 관심 높인다” 호응… “불필요한 보여주기” 반발도

“알릴 필요 있는 내용 최대한 알려”
정책 넘어 민간의견 수렴 과정까지
다양한 아이디어 확장 방안도 나와
실무 공무원 긴장감 높이는 효과도

실무진 ‘논의 안됐는데 공개’ 불만
검토가 추진으로 비칠 우려 제기
사회부처들 ‘민감 문제’ 많아 부담

정부가 지난달부터 전 부처를 대상으로 정책 생중계를 확대한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각 부처가 ‘생중계 아이템’ 찾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정책에 대한 국민 관심도를 높인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반응과 함께 ‘불필요한 보여주기’라는 회의론도 팽배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월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창업시대 전략회의 'K-스타트업이 미래를 만든다'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2일 정부 부처들에 따르면 지난달 청와대가 ‘생중계 정부를 구현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뒤 각 부처는 생중계 행사를 발굴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 한 사회부처 관계자는 “생중계로 할 만한 행사가 있는지 수요 조사한 뒤 ‘국’ 차원에서 제안을 올렸다”며 “장관 현장 방문, 이해관계자들 간담회나 회의 등 많이 하는데 굳이 공개 안 할 이유가 없으면 공개하라는 게 원칙인 듯하다”고 전했다.

 

부처 간 벤치마킹을 하거나 알게 모르게 경쟁하는 모습도 엿보인다. 장관이 의지를 보이는 부처는 담당자들의 고심이 더 깊다. 한 부처 관계자는 “얼마 전 장관이 간부들이 모인 텔레그램 대화방에 법제처의 월간 업무회의 생중계 기사 링크를 올렸다”며 “간부들이 별달리 반응은 안 했지만, 내심 ‘하고 싶으시구나’ 정도로 해석했다”고 말했다.

 

법제처는 조원철 처장 주재로 열린 월간 업무회의를 유튜브 채널에서 생중계했다. 지난달 6일 중앙부처 중 처음으로 월간 업무회의 영상을 녹화해 공개한 데 이어 이번 회의도 실시간으로 공개한 것이다. 조 처장은 당시 “(회의를 공개하게 되니) 업무 내용을 더 들여다보고 준비하게 돼 큰 도움이 된다”며 “월간 업무회의 외에도 공개할 수 있는 회의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달라”고 주문했다.

 

향후 법제처처럼 부처 내부 정책 회의를 공개하는 부처가 속속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 등 대부분의 사회부처는 매주 장관이 주재하는 정책점검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매번은 어렵겠지만, 중요 내용을 다룰 때 (내부 회의를) 공개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논의를 시작한 고용보험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 회의도 생중계를 검토하고 있다.

◆“타 부처서 생중계 노하우 문의”

 

업무회의를 처음 공개한 법제처는 다른 부처 문의가 많다고 전했다. 법제처 관계자는 “다른 부처에서 카메라를 몇 대 두고 촬영했는지, 내부 반대는 없었는지 궁금하다며 문의가 많이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28일 제1회 중앙지방정책협의회를 열고 지방선거 지원방안, 명절 민생안전대책, 봄철 산불방지대책을 논의하는 과정을 처음으로 생중계했다. 시·군·구 담당자는 물론 국민에게 회의 내용을 실시간으로 공유해 정책 실행력을 높이려는 취지에서다. 행안부 관계자는 “중앙지방정책협의회뿐 아니라 사회연대경제 강의 등 충분히 알릴 필요가 있는 내용은 최대한 생중계할 계획”이라고 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1월 28일 강원 원주시청에서 열린 제1회 중앙지방정책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긍정적인 평가도 이어지고 있다.

 

법제처 관계자는 “처음에는 ‘부처 내부에서 폐쇄적으로 진행하던 회의를 외부에 공개해도 괜찮겠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는데, 지난달 회의 영상에 달린 댓글에 응원, 격려의 목소리가 커 그런 걱정들은 불식된 것 같다”고 했다.

 

국무회의 생중계처럼 국민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장점도 있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볼 만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경제부처 관계자는 “정책 결정 관련 각종 절차를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건 기본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이기 때문에 여러 시도를 해보면 좋을 것 같다”며 “가령 민간 전문가들로부터 의견 수렴하는 과정을 생중계하는 방식도 아이디어 중 하나로 제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무 공무원들의 긴장감을 높인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한 경제부처 관계자는 “장관께 직접 보고를 하니 실무자들도 조금 더 세세하게 챙기게 되고, 그러면서 보완할 점, 잘하고 있는 걸 더 강화할 점 등 좀 더 책임감 있게 챙길 수 있다”고 했다. 한 부처 관계자도 “아무래도 긴장감이 높아지고 회의, 보고 준비를 더 철저하게 해야겠다는 목소리들이 있어서 좋은 측면이 더 많은 것 같다”고 했다.

사진=AFP연합뉴스

◆“불필요한 논쟁 키워” 불만도

 

부처 정책 생중계에 좋은 평가만 있는 건 아니다.

 

논의가 무르익기 전에 정책 결정 과정이 공개된다는 점에서 실무자들의 불만도 나온다. ‘탈모’ 문제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 생중계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탈모는 생존 문제”라며 “건보 적용을 검토하라”고 언급해 논쟁이 확산했다. 이 때문에 몇몇 사회부처는 공통으로 “우리 부처는 예민한 문제가 많아 생중계에 부담이 크다”고 털어놨다.

 

한 사회부처 관계자는 “정책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공개돼 혼선을 빚는다거나 괜한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며 “우리 부처는 이슈들이 많아 생중계가 조금 어려울 수 있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검토 중인 사안이 ‘추진’으로 곡해되는 문제도 불거졌다.

경제부처 관계자는 “카메라 앞에서 정책 발표 등을 해본 경험이 있는 직원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말을 많이 하지 않고 위축되는 경우도 있을 것 같다”며 “민감한 사안의 경우 사업을 검토하는 차원인데 ‘추진’으로 비칠 수 있어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비용이나 조회 수 저조 문제도 거론된다. 한 사회부처 관계자는 “자체 생중계의 경우 (예전에 없던)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부담스럽다”며 “생중계하는 내용이 대중의 관심을 끌기 어려운 콘텐츠여서 안건 선별 과정에서 정책적 고민이 있다”고 했다. 행사를 생중계로 하면 품은 훨씬 더 많이 드는데 그만큼 성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의미다. 또 다른 관계자도 “부처 내에서 해결이 안 되면 외주를 줘야 하는데 매번 외주화하면 그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결과적으로 ‘보여주기’식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마저 제기된다.

 

한 부처 관계자는 “미정인 사항을 굳이 내보내야 할 이유를 잘 모르겠고, ‘행사를 위한 행사’가 될 수 있다”며 “공개돼도 무방한 안전한 사안만 공개될 듯하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부처 실무 관계자도 “논란을 감수하고 생중계할 만한 여유가 없다”며 “보수적으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