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문으로 연 ‘그래미 철옹성’… K팝, 美대중음악 중심에 우뚝 [뉴스 투데이]

케데헌 ‘골든’, 골든글로브 이어 수상 쾌거
연거푸 후보 BTS도 못 넘은 벽
K팝 프로듀서 창작곡으로 쾌거
NYT “글로벌 장르의 갈증 해소”
3개 부문 도전 로제 수상은 불발
시상식 오프닝 무대에 올라 열창
李대통령 “최고 무대서 성과 축하”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 ‘골든(Golden)’의 그래미 어워즈 수상은 K팝 장르로는 첫 수상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장면.

‘골든’은 1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68회 그래미 어워즈 사전 행사(Premiere Ceremony)에서 ‘베스트 송 리튼 포 비주얼 미디어(Best Song Written For Visual Media)’ 수상작으로 발표됐다. ‘골든’은 케데헌 주인공인 루미가 속한 3인조 K팝 그룹 ‘헌트릭스’가 부르는 노래다. 극 중 악령을 막는 마법진 ‘혼문’을 완성하는 노래로, 넷플릭스 역대 조회 수 1위를 기록한 케데헌의 인기를 타고 히트곡 반열에 올랐다.

그래미 어워즈 유튜브 채널 갈무리

곡 작업에 참여한 이재(EJAE), 테디, 24, 아이디오(이유한·곽중규·남희동) 등은 ‘K팝 첫 그래미 수상자’라는 영예를 안게 됐다. 앞서 음악 엔지니어인 황병준과 한국계 미국인 영인이 상을 받은 적은 있지만, K팝 작곡가·음악 프로듀서가 그래미 어워즈를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팝은 2020년 이후 꾸준히 그래미 어워즈의 문을 두드려 왔다. 방탄소년단(BTS)이 2020년 ‘러브 유어셀프: 티어’로 베스트 레코딩 패키지에 K팝 가수로 처음 후보에 오른 이후 2021∼2023년 ‘다이너마이트’ ‘버터’ ‘마이 유니버스’ 등으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에 연속해서 이름으로 올렸지만 수상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BTS의 전 세계적인 인기에도 불구하고 그래미 어워즈 수상이 계속 불발되자 “그래미 어워즈가 애써 K팝을 인정하지 않는다” 등의 비판이 일기도 했다.

이런 철옹성 같던 그래미 어워즈가 ‘골든’에 트로피를 준 것은 현재 K팝의 위상을 잘 보여준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베스트 송 리튼 포 비주얼 미디어’는 플랫폼인 넷플릭스가 아니라 창작자에게 주는 상으로, K팝의 인기를 확증하는 것”이라며 “특히 뮤직비디오 등 시각 매체로 K팝을 접하기 때문에 이는 (K팝의 인기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미래 관점에서 나쁘지 않은 결과”라고 평가했다. 주요 외신들도 K팝의 첫 수상에 의미를 부여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골든’의 수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글로벌 장르(K팝)의 오랜 갈증을 마침내 해소했다”며 “케데헌은 지난해 가장 강력한 글로벌 문화 콘텐츠이자 넷플릭스 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작품이었고, 이제 이 작품은 K팝 사상 최초의 그래미상이라는 기록을 세웠다”고 전했다. ‘골든’의 그래미 어워즈 수상으로 K팝 장르는 2013년 빌보드 뮤직 어워즈(싸이 ‘강남스타일’),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BTS)를 비롯해 ‘미국 4대 대중음악 시상식’에서 모두 수상하는 의미 있는 기록을 남겼다. 다만 본상 수상 불발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골든’은 ‘송 오브 더 이어’, 로제 ‘아파트(APT.)’는 ‘송 오브 더 이어’와 ‘레코드 오브 더 이어’에 이름을 올렸지만 이름이 호명되지 못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 '골든' 곡 작업에 참여한 이재가 1일(현지시간) 그래미 어워즈 시상 무대에 올랐다. AFP=연합뉴스
세계인 홀린 ‘아파트’ 1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 열린 제68회 그래미 어워즈 오프닝 무대에서 로제(왼쪽)가 브루노 마스가 연주하는 기타 반주에 맞춰 전 세계에서 신드롬을 일으킨 히트곡 ‘아파트(APT.)’를 부르며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로스앤젤레스=AFP연합뉴스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로제는 이날 시상식에서 화려한 ‘오프닝 무대’로 그래미 어워즈를 휘어잡았다. 로제는 흰색 민소매 셔츠에 넥타이를 매고 등장해 브루노 마스가 연주하는 기타 반주에 맞춰 리듬을 타며 아파트를 열창했다. 로제의 경쾌한 무대에 빌리 아일리시, 배드 버니, 마일리 사이러스 등 미국 팝스타들이 노래를 따라부르며 손뼉을 치는 모습이 그대로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이날 ‘송 오브 더 이어’는 빌리 아일리시의 ‘와일드 플라워(Wild Flower)’, ‘레코드 오브 더 이어’는 켄드릭 라마와 시저(SZA)의 ‘루터(Luther)’에 각각 돌아갔다. 하이브의 한미 합작 걸그룹 캣츠아이의 ‘가브리엘라(Gabriela)’가 후보로 올라 관심을 모은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은 영화 ‘위키드’ OST ‘디파잉 그래비티(Defying Gravity)’를 부른 신시아 에리보와 아리아나 그란데에게 돌아갔다. 캣츠아이가 후보로 오른 ‘베스트 뉴 아티스트’(최우수 신인상)는 팝스타 올리비아 딘이 가져갔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엑스(X)에 “모든 음악인이 꿈꾸는 세계 최고 권위의 무대에서 이뤄낸 값진 성과에 뜨거운 축하를 전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