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로 채용 차별하면 벌금형’ 고령자고용법에 헌재 합헌 결정 [미드나잇 이슈]

현행법 ‘채용에서 나이로 차별하면 벌금형’
헌재, 7대2로 합헌 “목적 정당” “수단 적합”
‘명확성 원칙’ ‘과잉금지원칙’ 위반 주장 기각
‘사업주의 계약 자유에 부정적 영향’ 반대도

헌법재판소가 합리적 이유 없이 나이가 많다고 채용 과정에서 불이익을 주면 처벌하도록 한 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달 29일 한 시중은행 인사담당자들이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고령자고용법 제23조의3 제2항에 대해 재판관 7대2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선고했다. 이 조항은 모집이나 채용에서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을 사유로 근로자 등을 차별한 사업주를 5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 시중은행 인사담당자들은 2013년과 2016년 채용 과정에서 ‘군필 남자 28세, 여자 26세’ 등 내부 자체 기준 초과하는 지원자를 서류 전형에서 배제하고, 연령에 따라 점수를 차등 부여했다. 이들은 이 사건으로 형사 재판을 받던 중 어떤 경우가 ‘합리적인 이유 없는 연령차별’에 해당하는지 알 수 없어 그 의미가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사업주의 채용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취지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헌재는 고령자고용법의 이 조항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과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봤다. 그러면서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금지하는 헌법 제11조의 평등원칙을 고용의 영역에서 구체적으로 실현하고자 하는 내용이라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연령을 이유로 한 고용차별을 선언적으로만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벌칙 규정으로 실효성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수단의 적합성도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명확성 원칙 위반 주장에 대해선 사업주가 이 법이 금지하는 바를 충분히 판단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입법 목적과 핵심 내용, 조항의 문헌적 의미와 대법원 판례 등을 종합하면 “연령을 이유로 한 불리한 처우가 정당한 목적 없이 이뤄졌거나 목적이 있더라도 방법과 정도가 과도한 경우”라는 핵심 의미를 도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법이 직무 성격상 특정 연령 기준이 불가피하게 요구되는 경우 등 연령차별로 보지 않는 예외 사유를 열거하고 있는 점도 강조했다. 헌재는 “사업주가 모집과 채용에 있어 자신의 행위를 결정해 나가기 위한 충분한 기준이 마련돼 있고, 집행자의 자의적 법 집행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의 의미를 갖는다”고 했다.

 

과잉금지원칙 위반 주장에 대해선 형벌 조항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사후 구제 방안이 있지만, 형벌 조항이 없다면 채용 기회를 빼앗긴 것에 대한 손해를 증명하기 어려워 법이 목적으로 하고 있는 차별 방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 법정형이 500만원 이하 벌금형만을 두고 있고, 하한이 정해져 있지 않아 구체적 사안에 따라 법원이 벌금 액수를 조절할 수 있는 점을 들어 침해의 최소성도 충족된다고 봤다.

 

김상환 소장과 김복형 재판관은 반대 의견을 냈다. 이들은 “모집과 채용 분야는 근로관계 형성 이전의 국면을 규율한다는 점에서 사업주의 의사결정 자유가 상대적으로 폭넓게 인정될 여지가 있다”며 해당 조항의 구성요건이 불명확해 사업주의 계약 자유에 부정적 영향이 미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짚었다. 이어 ‘합리적’이라는 추상적인 문언만으로 판단 기준이나 방향을 알아내기 어렵다고도 지적하며 “국민에게 명확한 행위 기준을 제시하지 못했고, 법집행기관에 과도한 재량을 부여하기 때문에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