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사에선 ‘수익자 수사’가 종종 언급됩니다. 범죄로 인해 실질적 이익을 얻은 자를 추적해 범행 동기와 배후를 밝히는 겁니다. “이 범죄로 누가 가장 큰 이득을 보았는가”를 되묻는 것이죠.
범죄를 조장하고 경제적 이익을 챙긴 실체나 몸통을 검거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동기 추적 △배후 검거 △범죄수익 환수가 핵심 개념입니다. 이런 원칙은 특히 경제범죄, 조직범죄, 뇌물사건에서 엄격히 준용됩니다.
이 개념들은 왜 중요할까요.
지능화·고도화되는 범죄들 속에서 이른바 ‘꼬리 자르기’식 대응을 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실체적 진실의 발견 △범죄의 근원 차단 △사법 정의 실현이 목적입니다.
◆ ‘수익자 수사’는 원칙…“범죄로 누가 가장 이득을 보았나”
2일 경기남부경찰청에서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선 다소 의아스러운 답변이 나왔습니다.
지방의회 국외출장비 부정 사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이 사건과 관련해 여행사나 경기도의회 직원 외에 경기도의원은 입건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앞서 이 의혹과 관련해 경찰 조사를 받던 도의회 30대 공무원(7급)은 지난달 20일 용인시 수지구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숨진 젊은 공무원의 곁에선 억울함을 호소하는 유서가 발견됐습니다.
경기도의회의 한 상임위 소속이던 그는 지난해 5월부터 ‘국외출장 항공료 부풀리기 의혹’에 따른 업무상 배임 혐의로 8개월간 경찰 수사를 받아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숨지기 하루 전에도 두 번째 경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관계자들은 말단 직원이던 고인이 극심한 압박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입건된 여행사와 담당 공무원들은 “관행적으로 이뤄진 일”이라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수사 확대에 난항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죠.
경기남부청은 국외출장비 부정 사용 의혹으로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수사 의뢰된 도내 19개 지방의회 가운데 경기도의회, 수원·안산·화성·광주시의회 등 5곳에 대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나머지 14곳 중 혐의가 인정된 9곳은 검찰에 송치했고, 5곳은 불입건으로 종결한 상태입니다.
송치된 피의자 가운데 지방의원은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공무원 여행경비 지원) 혐의를 받는 평택시의원 11명이 전부라고 합니다. 특히 직원 사망사건이 일어난 경기도의회의 경우 지방의원이 입건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경기도의회의 경우 2024년 의원 156명 중 143명(92%)이 항공료 부풀리기 등 회계부정 의혹으로 입건된 바 있습니다.
경찰은 항공료를 부풀려 차액을 챙긴 ‘과다 청구’와 이 과정에서 부족한 공무원들의 여비를 의원들이 대납해준 ‘기부행위’ 등 사건을 두 갈래로 나눠 수사 중이라고 합니다.
경찰의 답변은 이렇습니다. 과다 청구와 관련해 의원 및 고위 공직자가 관여했는지도 폭넓게 살폈으나, 도의원들이 과다 청구를 사전에 인지하거나 공모했다는 증거는 포착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과다 청구 혐의를 적용하려면 고의성이 입증돼야 하는데, 드러난 증거 상 의원들이 이를 알았다고 볼 만한 대목이 없다”는 설명입니다.
◆ “수사의 칼날, ‘높으신’ 의원들 피해 공무원·여행사 직원에 집중”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전공노 경기도청지부 등 공무원들은 ‘구조적 타살’이란 표현을 썼습니다. 그동안 경기도의회 출장이 지녀온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 것으로 업무의 연장선 상에서 벌어진 일인데, 젊은 사무직 직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경기도의회는 책임을 방기했다는 이유에서죠.
전공노 측은 “저연차 직원이 경찰 조사 과정에서 감당했을 압박과 고통은 전혀 가볍지 않았을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홍성규 진보당 경기지사 후보도 “수사의 칼날은 ‘높으신’ 의원들을 피해 의회 공무원과 여행사 직원 등에게로 집중됐다”고 성토했습니다. 노서영 기본소득당 대변인도 “결재라인의 간부급 공무원과 도의원 누구도 수사 대상에 오르지 않아 공분을 사고 있다”고 비판했죠.
이 같은 상황을 개탄한 전국의 전공노 지역본부에선 근조화환들을 경기도의회로 보내 함께 시위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경기도의회 직원 사망과 관련해 “도의회는 이번 사태의 경위와 원인을 책임지고 명백히 밝혀야 한다”며 “수사와 감사, 업무 지시와 관리 체계 전반에서 어떤 구조적 문제와 책임 방기가 있었는지 분명히 드러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숨진 A씨의 억울함을 호소하던 목소리는 이대로 묻힐 가능성이 큽니다. ‘누가 이익을 봤나’. 경찰은 초심으로 돌아가 수사의 기본부터 다시 챙겨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