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최근 해외여행에서 스타벅스를 방문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미국 현지 매장에서 라떼 한 잔과 샌드위치를 집어 들면 계산서에 찍히는 금액이 우리 돈으로 1만5000원을 훌쩍 넘기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너무 비싸다”는 불만이 현지에서도 터져 나오고 있죠. 그런데 참 아이러니합니다. 정작 스타벅스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는 손님들이 떠나고 있는데, 태평양 건너 한국에서는 점심시간마다 매장 밖까지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으니까요.
도대체 미국과 한국 사이에서 스타벅스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엇갈린 두 시장의 성적표를 통해 커피 제국의 현재와 미래를 들여다봤습니다.
◆9.34달러의 청구서…미국인이 떠나는 이유
커피 제국의 아성이 본토에서 흔들리고 있다.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커피전문점 시장에서 스타벅스의 점유율은 48%로 주저앉았다. ‘철옹성’으로 여겨지던 50% 벽이 2023년(52%) 이후 불과 1년 만에 무너진 것이다.
미국인이 커피를 끊은 것은 아니다. 미국커피협회 조사 결과 ‘매일 커피를 마신다’는 미국인은 2020년 59%에서 2025년 66%로 급증했다. 시장 파이는 커졌는데 스타벅스의 그릇만 작아진 셈이다. 현지 전문가들은 이를 ‘가성비의 반란’으로 해석한다.
시장조사기관 모닝스타의 분석 데이터를 보면 그 격차가 확연하다. 2024년 기준 스타벅스 고객의 1인당 평균 결제 금액은 9.34달러(약 1만2000원)에 달했다. 반면 경쟁사인 던킨은 4.68달러로 절반 수준이었고, 최근 급성장 중인 더치 브로스도 8.44달러를 기록했다. 고물가 시대에 지갑이 얇아진 미국 소비자들이 굳이 비싼 스타벅스를 고집할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이 틈을 신생 브랜드들이 파고들었다. 테크노믹 조사에 따르면 세븐 브루(7 Brew), 스쿠터스 커피 등 ‘드라이브 스루’에 특화된 브랜드들이 최근 2~3년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며 스타벅스의 이탈 고객을 흡수했다. 조지워싱턴대 경영대학원 크리스 케스 교수는 “미국 소비자들이 스타벅스를 완전히 떠난 건 아니지만, 더 이상 한 브랜드에 충성하지 않고 다양한 ‘가성비 체험’에 나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인구 2.4배 일본 제쳤다…한국형 ‘스세권’의 비밀
미국이 ‘가성비 전쟁’을 치르는 동안, 한국은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독자적인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인구 구조의 한계를 뛰어넘은 ‘폭풍 성장’이다.
2026년 현재 한국 내 스타벅스 매장 수는 2114개로 집계됐다. 이는 인구가 한국보다 2.4배나 많은 일본(약 1900여개)을 훌쩍 따돌린 수치다. 이로써 한국은 미국, 중국에 이어 전 세계 스타벅스 매장 수 순위 3위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한국 특유의 ‘커피 공화국’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유로모니터 집계 기준 한국인의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405잔으로, 세계 평균(152잔)의 2.7배에 달한다. 단순한 기호식품을 넘어 생존 필수품이자 문화 소비재로 자리 잡았다는 방증이다.
오피스 상권의 밀집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서울 강남 테헤란로 일대에만 약 100여개의 매장이 포진해 있는데, 이는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블록 단위’ 침투율이다. SCK컴퍼니(스타벅스 코리아) 매출액은 이미 2024년 3조1001억원을 찍으며 ‘3조 클럽’에 안착했고, 2026년 들어서도 그 성장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앱으로 주문하고 픽업…‘디지털 팬덤’이 갈랐다
미국과 한국의 운명을 가른 결정적 ‘한 끗’은 디지털 생태계 장악력에 있었다. 미국 스타벅스가 매장 경험과 속도전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사이, 한국은 모바일 앱을 통한 ‘락인(Lock-in) 효과’를 극대화했다.
시장조사기관 분석에 따르면 스타벅스 코리아 모바일 앱의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는 최근 800만명을 돌파했다. 이는 국내 식음료(F&B) 업계 1위인 것은 물론, 주요 배달 플랫폼 앱과 맞먹는 트래픽이다.
단순히 커피를 파는 것이 아닌 ‘회원권’을 파는 전략이 주효했다. 선불 충전식 카드 기반의 ‘스타벅스 리워드’ 누적 회원 수는 1500만명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국민 3.5명당 1명이 스타벅스 멤버십을 보유한 셈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시장이 가격 경쟁력이라는 늪에 빠졌다면, 한국은 ‘사이렌 오더’로 대표되는 디지털 편의성과 프리미엄 이미지를 결합해 가격 저항을 상쇄시켰다”며 “전 세계 스타벅스 경영진이 한국의 모델을 역으로 벤치마킹해야 할 시점”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