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 보면 뼈 삭는다?” 천만의 말씀…뇌는 10년 젊어지는 ‘반전’

아이고 소리 절로 나던 고된 황혼 육아, 알고 보니 강력한 ‘치매 방패’
네덜란드 연구팀 “할머니 인지 능력 방어 효과 뚜렷…뇌 활성화 증명”
단순 노동 넘어 사회적 처방으로…국가적 간병비 아끼는 ‘최고의 보약’

“아이고 허리야, 무릎이야.” 아침마다 곡소리가 절로 나시죠? 은퇴 후 여유로운 삶은커녕, 맞벌이하는 자식들을 대신해 다시 육아 전선에 뛰어든 어르신들이 우리 주변에 참 많습니다. 몸은 고되고 내 시간은 사라지는 것 같아 억울한 마음이 들 때도 있으실 텐데요. 그런데 여기, 억울함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릴 놀라운 소식이 있습니다.

 

고된 노동으로 여겨졌던 손주 돌봄이 실상은 할머니의 뇌 인지 기능을 보호하고 노화를 늦추는 ‘천연 보약’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23rf

일명 ‘독박 황혼 육아’라고 불리는 이 고된 노동이, 사실은 어르신들의 뇌를 치매로부터 지키는 가장 강력한 방패가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어쩌면 손주를 돌보는 시간은 내 뇌를 위한 ‘가장 비싼 보약’을 먹는 시간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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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노동 아닌 ‘인지 자극’…할머니 뇌가 더 반응했다

 

네덜란드 틸뷔르흐대 연구팀이 최근 발표한 연구 결과는 그동안 ‘육아는 골병’이라는 사회적 통념을 뒤집는다.

 

2일(현지시간) 연구팀이 영국 노화 종단 연구(ELSA) 데이터를 토대로 조부모 2800여 명을 추적 관찰한 결과, 손주를 돌보는 행위 자체가 노년층의 인지 기능 저하를 막는 ‘완충지대’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현장 전문가들은 이를 단순한 육체노동의 결과가 아닌, 복합적인 ‘두뇌 훈련’의 과정으로 해석한다. 아이와 대화하고(언어 능력), 등하교 시간을 맞추며(기억력),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문제 해결 능력) 일련의 과정이 뇌를 끊임없이 자극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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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점은 성별에 따른 차이다. 데이터를 분석해 본 결과, 할아버지보다는 할머니에게서 인지 기능 방어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플라비아 체레체슈 연구원은 “얼마나 자주 돌보느냐는 횟수보다, 손주를 돌보는 ‘역할’을 수행한다는 사실 자체가 인지 기능 유지에 결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황혼 육아가 단순한 가사 노동이 아니라, 사회적 소속감과 자존감을 높여 뇌 노화를 늦추는 기제로 작용함을 뜻한다.

 

◆‘황혼 육아’는 국가적 치매 비용 줄이는 ‘숨은 공신’

 

이러한 연구 결과는 현재 대한민국이 처한 인구 구조적 위기 상황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8세 미만 자녀를 둔 가구 중 맞벌이 비중은 58.5%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3040 부부 10쌍 중 6쌍이 일터로 나가는 상황에서 조부모의 육아 참여는 이제 ‘선택’이 아닌 국가 시스템을 지탱하는 ‘필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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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발맞춰 지자체들도 움직이고 있다. 경기도는 올해부터 가족돌봄수당 지급 대상을 26개 시군으로 확대했고, 제주도는 내달부터 월 40시간 이상 손주를 돌볼 경우 아동 1명당 월 30만원(최대 60만원)을 지급하는 ‘손주돌봄수당’을 본격 시행한다. 서울시 역시 중위소득 150% 이하 가구에 조부모 돌봄비를 지원 중이다.

 

손주와 소통하며 육아에 참여하는 노년층의 뇌는 일반 노인보다 활성화 지수가 월등히 높았다. 펙셀스

지금까지 이러한 수당이 단순히 ‘노동의 대가’로 여겨졌다면, 이번 연구를 기점으로 ‘치매 예방을 위한 사회적 투자’로 관점을 확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립보건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치매 발병을 5년만 늦춰도 20년 뒤 유병률을 56% 이상 낮출 수 있다. 즉, 조부모에게 지급되는 수당은 훗날 발생할 천문학적인 치매 간병 비용을 사전에 절감하는 ‘예방 주사’와 같은 경제적 효과를 갖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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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을 ‘건강 자산’으로 재정의해야

 

의학계와 보건 정책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고령화 사회의 새로운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단순히 노인을 돌봄의 ‘대상’으로만 볼 것이 아닌 육아라는 ‘능동적 주체’로 설 때 뇌 건강이 유지된다는 사실이 증명됐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손주 돌봄을 개인의 희생으로 치부할 것이 아닌 노년기 정신 건강을 위한 ‘사회적 처방’의 일환으로 장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만 현장의 목소리는 여전히 조심스럽다. 무리한 육체노동은 근골격계 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만큼, 육체적 부담은 줄이고 정서적 교류를 늘리는 방향으로 ‘스마트 돌봄’ 가이드라인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