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이 10월2일 출범을 앞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관련해 행정안전부 장관의 선거범죄 수사 지휘 시엔 “선거의 중립성과 공정성 시비를 야기할 우려도 있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경찰청뿐 아니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도 행안부에 중수청의 ‘수사 우선권’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다만 각론에서 차이가 났는데, 공수처는 중수청의 사건 이첩 요청권 행사 대상에서 제외할 것을 주장한 반면, 경찰청은 현행 형사소송법 규정을 준용해 영장을 먼저 신청한 기관이 수사 우선권을 갖게 하자고 제안했다.
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에 따르면 공수처와 경찰청은 지난달 12∼26일 중수청법 제정안 입법 예고 기간 동안 소관 부처인 행안부에 각 4쪽, 7쪽 분량의 의견서를 냈다.
권 의원이 행안부에서 제출받은 두 의견서에 따르면, 경찰청은 형사소송법을 근거로 “중수청에 우선적 수사권을 부여하기보다 사건 경합 시 영장을 먼저 신청한 기관에 우선권을 인정하는 것이 국민 권익 보호 측면에서 더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형사소송법 197조의4엔 ‘검사가 영장을 청구하기 전 동일한 범죄 사실에 관해 사법경찰관이 영장을 신청한 경우엔 해당 영장에 기재된 범죄 사실을 계속 수사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경찰청은 중수청의 수사 범위인 ‘9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 사업·대형 참사·마약·국가 보호·사이버 범죄)’를 두고는 “검찰의 수사 개시 범위인 2대 범죄(부패·경제 범죄)를 중심으로, 전문적이고 집중적인 수사가 필요한 범죄 유형을 일부 추가하는 게 중수청의 설립 취지에 부합할 것”이라며 ‘선거·마약·사이버 범죄’를 콕 집어 반대했다. 선거·마약 범죄는 “전국적으로 발생하며 즉각적 대응이 필요한 특성상 현장 수사가 핵심인데, 일부 지방 거점에만 설치될 중수청이 수사하기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사이버범죄에 대해선 “개념이 모호해 일반 국민이 중수청 직무 범위를 알기 어렵고, 향후 시행령 개정으로 범위가 무한히 확장될 우려도 있다”고 했다.
경찰청은 특히 선거범죄와 관련해 “선거 관리의 주무 장관인 행안부 장관이 선거범죄 수사까지 지휘한다면 선거의 중립성·공정성 시비를 야기할 우려도 있다”고 꼬집었다. 경찰청도 중수청과 같은 행안부 외청이나, 법적으로 행안부 장관의 수사 지휘는 받지 않는다.
경찰청은 중수청 법안 59조 ‘검사와의 관계’ 중 수사 개시 시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을 통한 검사 통보 의무, 검사의 입건 요청권에 대해선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경찰청은 “중수청이 공소청의 영향 아래 있게 된다면 중수청의 독립성과 수사 밀행성 약화가 우려되고, 수사 기밀이 외부에 유출될 우려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경찰청과 공수처는 공통적으로 ‘다른 수사기관과의 관계’를 규정한 중수청 법안 58조 2항과 3항을 문제 삼았다. 2항은 ‘다른 수사기관은 중대범죄를 인지한 즉시 중수청장에게 통보해야 한다’는 인지 통보 의무, 3항은 ‘중수청장이 다른 수사기관의 수사에 대해 중수청에서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해 이첩을 요청하면 해당 기관은 응해야 한다’는 우선적 수사권에 대한 내용이다.
경찰청은 전날 기자 간담회에서 “수사기관 간 통보·이첩 등 이른바 ‘핑퐁’으로 시일이 추가로 소요되면 범죄 피해가 확산될 수도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행안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의견서에서 “중수청은 다른 기관이 수사하던 사건을 가져간 뒤(이첩 요청), 다시 원래의 기관에 재이첩(임의적 이첩)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사건이 핑퐁 될 경우 사건 관계인의 혼란과 권익 침해가 예상되는데, 중수청은 공수처보다 직무 범위가 매우 광범위해 핑퐁 되는 사건도 대폭 증가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중수청이 직접 수사 여부를 검토하는 동안엔 수사가 사실상 어려워 사건 처리가 지연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경찰청은 “법률 지식이 없는 일반 국민들은 어느 수사기관이 어떤 범죄를 관할하는지 알기 어려워 사건 접수 단계부터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는 등 법률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공수처는 “공수처 수사 대상 범죄에 관해 중수청에 우선적 지위를 갖는다”며 중수청 법안 58조 2·3항에 ‘(공수처는 제외한다)’를 추가할 것을 주장했다. 공수처와 중수청 간 수사 범위에 대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두 조항은 공수처와 다른 수사기관의 관계를 못 박은 공수처법 24조 1·2항과 유사한 맹점이 있다.
공수처는 “접수되는 사건 대부분이 공직자 범죄인 공수처는 민원성 고발을 포함한 모든 사건을 중수청에 인지 통보해야 하는 결과가 된다”며 “이는 인지 통보 제도 취지에도 반한다”고 지적했다.
단, 공수처는 중수청 법안 58조 3항 중 ‘공수처법이 적용되는 범죄 수사에 대해 공수처에 이첩을 요청한 경우엔 공수처장이 이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단서를 ‘삭제’하자면서 “공수처와 중수청 간 사건 이첩 처리는 중수청장의 일반적인 수사 협조 요청과 공수처장의 사건 이첩 규정으로 해결 가능하다”고 했다. 공수처법 24조 3항엔 ‘공수처장은 다른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 범죄를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될 때 해당 기관에 사건을 이첩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공수처는 중수청법 제정과 맞물려 관련 법령들도 손질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수처는 “검사의 수사 권한을 전제로 한 현행 ‘형사소송법’ 관련 규정의 검토 및 정비도 추진될 필요가 있다”며 “수사기관 간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게 해 수사권 남용을 방지하고, 각 기관 수사 범위에 관한 기준을 명확히 제시해 불필요한 경쟁이나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수사 대상 범위에 관한 규정 등 통일적·체계적 정비가 동시에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3급 이상 중수청 공무원의 범죄는 공수처법상 공수처 수사 범위에, 4급 이하 중수청 공무원의 범죄는 경찰법상 국가수사본부 수사 범위로 명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정부는 입법 예고를 통해 수렴한 의견 검토 등을 거쳐 조만간 최종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국회 제출 시기는 미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권칠승 의원은 “관계 기관들은 수사권이 국민이 위임한 공권력이란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국민의 권리를 두텁게 보호하고 혼란과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