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장기상환… ‘극저신용대출 2.0’ 성공할까 [오상도의 경기유랑]

민선 7기 이재명 도지사 시절 작품…단점 보완해 ‘2.0’으로 개편
장기 소액대출 실험…‘금융 복지’ 초점, 취약계층 복지·채무조정
첫 2년간 917억 대출, 지난해 51억 상환…도덕적 해이 지적받아
경기도 “불법 사금융 피해 막고, 사회적 비용 절감하는 데 도움”

경기도에 거주하는 김모(66)씨는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2020년 한쪽 눈을 실명하고 다리마저 불편해 돈을 벌 수 없었다. 홀로 중학교 2학년, 초등학교 5학년 손주들을 돌봤지만 상황이 악화하자 단돈 1000원이 없어 간식도 사줄 형편이 못 됐다. 이런 김씨에게 경기도의 극저신용대출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단비’ 같은 역할을 했다.

 

그는 “대출받은 50만원이 삶을 포기하지 않고 이어갈 수 있는 힘이었다”며 “창피고 뭐고 그런 것도 없이 (경기도에) 좀 받을 수 없냐고 물었더니 된다고 해서, 그걸로 두 달을 버텼다”고 말했다. 김씨의 사정을 접한 도는 사후관리 상담으로 동 주민센터 공공근로사업을 소개했으나 김씨는 몸이 불편해 참여할 수 없었다. 대신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선정돼 생계급여를 수급했고, 손주들은 지역아동센터에서 돌봄 혜택을 받았다. 지난해 말에는 5회 분납으로 빌린 50만원도 모두 갚았다.

2022년 대선후보 시절 전국 기초지자체 공약을 발표하는 이재명 대통령(오른쪽). 연합뉴스

◆ 한도 300만원→200만원, 기한 5년→10년

 

경기도가 취약계층의 삶을 보장하는 안전망 역할을 해온 ‘경기 극저신용대출’을 개편해 ‘경기 극저신용대출 2.0’ 사업을 출범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지사 시절 도입한 극저신용대출을 보완해 복지·고용·채무조정에 무게를 두고 사업을 개편한 것이다.

 

극저신용대출은 실직·질병·소득 단절 등 위기 상황에 놓인 금융 취약계층이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는 걸 막고 자립과 재기를 지원하는 데 무게를 뒀다. 최후의 보루 역할을 맡겼지만 상환 가능성과 도덕적 해이, 재정 부담을 둘러싸고 논란이 이어지기도 했다.

 

3일 도에 따르면 극저신용대출 2.0은 도에 1년 이상 거주한 19세 이상 신용평점 하위 10% 도민을 대상으로 한다.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한부모가족은 신용평점 하위 20%까지 신청 가능하다.

 

개편된 대출제도는 최대 200만원 한도의 소액대출을 장기간 빌려준다. 한도를 기존 3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낮춘 건 상환 부담을 완화하고 자립을 촉진하기 위해서다. 생활자금이 필요하지만 낮은 신용등급 때문에 제도권 금융기관 이용이 어려운 도민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김동연 경기도지사(오른쪽)가 지난해 9월 경기도청 집무실에서 극저신용대출 이용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상환 기간은 기존 5년에서 최장 10년으로 늘었다. 대출 실행 전 서민금융복지지원센터 상담을 의무화하고, 금융·고용·복지 연계를 통한 사전·사후 통합관리체계를 도입해 실질적 자립을 지원한다.

 

대출액은 심사를 통해 1인당 50만원에서 200만원까지 차별화한다. 금리는 연 1%로 최장 10년 상환의 맞춤 약정이 맺어진다. 연간 7∼9% 금리로 3∼5년간 돈을 빌려주는 햇살론 등 정책금융과는 성격이 다르다.

 

이처럼 도는 형편이 어려워진 소상공인, 자영업자, 취약계층, 청년실업자에게 초장기 상환을 내걸어 ‘금융안전망’을 촘촘히 만든다는 계획이다.

 

올해 1차 접수는 11∼13일 진행된다. 5월에 상반기 2차 모집이 이뤄지며, 상반기 규모는 55억원이다. 온라인으로 접수할 경우 거주 기간, 연령 등 자격요건이 자동 확인돼 별도의 서류 제출 없이 간편하게 신청할 수 있다. 예산이 소진되면 선착순으로 마감된다.

2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신년간담회에서 김동연 지사가 발언하고 있다.

◆ “종합 서민대책…사금융 피해 막고, 사회적 비용 절감”

 

앞서 이 대통령은 경기지사 시절인 2020년 경기극저신용대출을 시행했다. 2022년 대선에선 사업 확대를 공약으로 검토했다. 당시에는 최대 300만원까지 긴급 생활자금을 연 1% 저금리로 지원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연체율이 75%에 달한다는 일부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도덕적 해이 논란이 일었다. 

 

이에 경기도는 25%는 완전히 회수됐고 상당수가 만기 연장 또는 분할상환 단계로 접어들어 연체율은 75%의 절반 수준인 30% 후반대라고 해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8월까지 대출 뒤 연락이 끊긴 취약계층은 3만명이 넘었다. 

 

이 대통령은 2022년 대선을 앞두고는 “시행 첫해부터 약 2년간 총 8만5000여 명에게 917억원을 대출해줬다”며 “포퓰리즘이라는 비난과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지만 도민을 살피는 행정가로서 사업을 시행했다”고 밝힌 바 있다.

 

경기도에 따르면 2020∼2022년 극저신용대출을 지원받은 도민은 11만명이 넘는다. 이들은 2025년 4월부터 순차적으로 만기를 맞아 상환에 들어갔으며, 2025년 한 해 동안 약 51억원이 상환된 것으로 집계됐다.

 

도는 상환액 비율보다 점진적 복지체계 확대에 의미를 두고 있다. 2023년 경기복지재단에 전담 조직이 꾸려진 뒤 상담·복지 연계·재약정 등 채권 사후관리 체계가 궤도에 올랐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복지 상담 5만8829건, 복지 연계 5927건, 재약정 2만4225건을 기록하며 체계적 사후관리의 성과를 나타냈다.

 

도 관계자는 “극저신용대출은 단순히 금융지원이 아니라 채무관리·상담·사회복귀까지 포함한 일종의 종합 서민대책”이라며 “불법 사금융 피해를 막고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