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금융사기 630억 세탁 송금한 50대, 1심서 징역 4년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피해금 수백억 원을 여러 계좌를 거쳐 세탁하고 현금으로 인출해 조직에 전달한, 이른바 ‘자금 세탁책’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전주지법 형사4단독 김미경 부장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A(56)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고 3일 밝혔다.

 

A씨는 2022년 4월부터 2023년 2월까지 자신이 설립한 법인의 계좌를 이용해 보이스피싱 조직의 범죄 수익금을 송금받은 뒤 이를 현금으로 인출해 조직원들에게 전달한 혐의로 기소됐다. 해당 법인 계좌를 통해 유통된 범죄 수익금은 630억 원에 달하며, 이 가운데 최소 153억 원이 현금으로 인출돼 조직에 전달된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결과 A씨의 법인 계좌는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이 어떤 계좌로 송금하더라도 여러 차례 이체 과정을 거쳐 최종 인출 직전에 도달하는 ‘범죄 수익 저수지’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고자 장기간 여러 은행을 돌며 거액의 피해금을 현금으로 찾는 방식으로 범행을 이어갔다.

 

해당 보이스피싱 조직은 거래소에 상장되지 않은 특정 가상화폐를 미끼로 ‘상장 시 4배 수익이 가능하다’고 속이거나, 암호화폐·주식 리딩업체 이용 과정에서 손실을 본 피해자들에게 ‘손실·환불 보상팀’을 사칭해 접근하는 수법으로 투자금을 편취했다. 조직원들은 콜센터, 모집책, 수거책, 자금 세탁책, 환전책 등으로 역할을 분담해 치밀하게 범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자금 세탁을 담당한 A씨는 범죄수익의 0.2%를 수수료로 받는 조건으로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법정에서 “정상적인 상품권 판매업을 했을 뿐 사기 범행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 완성에 필수적인 자금 세탁을 담당한 핵심 역할을 수행해 거액의 범죄수익이 장기간 유통됐고, 일부 범죄수익을 은닉하기 위한 수법까지 사용한 점 등을 고려하면 죄책이 무겁다”고 지적했다. 다만 “범죄의 형태와 수익 구조에 비춰 편취액 전부를 피고인에게 책임지우는 것은 다소 가혹한 측면이 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