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면 3기, 알면 1기”…‘운에 맡기는’ 전립선암, 국가검진 도입 촉구 [건강+]

‘초동검사’인 PSA검사 추가돼야
55세부터 검사 시작하는 게 적합
말기암일 경우 의료비용 폭증해

#1. 70대 남성 A씨는 지난해 정기 건강검진 중 ‘전립선암 혈액 검사’를 선택 항목으로 추가했다. 특별한 증상은 없었는데 수치가 좋지 않아 조직검사를 했더니 전립선암 1기였다. 초기에 발견한 덕분에 생명에 지장이 없다는 소견을 받은 A씨는 “운이 좋았다”며 안도했다.

 

#2. 주부 B씨의 아버지는 최근 전립선암 3기 판정을 받았다. 고령임에도 국가 정기검진 항목을 챙기며 건강관리에 철저히 했지만  전립선암을 확인하는 지표인 ‘전립선 특이항원(PSA)’ 검사는 국가검진에 빠져 있어 하지 못했다. B씨는 “PSA 검사를 너무 늦게 안 것이 후회된다”며 속상해했다.

 

전립선암이 국내 남성 암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조기 발견을 위한 ‘전립선 특이항원(PSA)’ 검사를 국가암 검진 체계에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PSA 검사는 40세 이상이면 건강보험이 적용돼 1만5000원 정도의 저렴한 비용을 내면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개인이 정보를 찾아 선택하는 ‘임의 검진’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대한비뇨의학회는 지난 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남성암 1위 전립선암 국가암검진화를 위한 정책 간담회’를 열고 국가 암 검진으로 전립선암 검사 도입할 것을 촉구하며 막대한 예산 증액 없이 현행 암 검진 예산의 일부만 활용해도 효과적인 방어선 구축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발표된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전립선암은 2023년 신규 발생한 남성 암 1위에 올랐다. 게티이미지뱅크

 

◆대표적 ‘고령암’ 전립선암…농어촌 지역 ‘위험’

 

지난달 발표된 ‘2023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전립선암은 남성암 발생 1위(2만2640명)에 올랐다. 60~70세 연령대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대표적인 ‘고령암’으로, 초기에는 순하지만 말기 암일 경우 독한 게 특징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혈액을 채취해 전립선에서 만들어지는 특정 단백질의 농도를 측정하는 PSA 선별검사를 해야 한다.

 

하지만 PSA 검사에 대한 국민 인식은 낮다. 2019년에 남성 6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전립선특이항원 및 전립선암 조기검진에 대한 대국민 인식조사 설문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90.3%가 PSA 검사를 모른다고 응답했다. 실제로 2010년에서 2020년 사이 신규 전립선암 환자 50% 이상은 악성도가 높은 ‘고위험도 암’ 상태로 발견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역 간 차별이 있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가 된다. 정재승 인제대 비뇨의학과 교수는 “대한민국에서 고위험 전립선암 비율은 도시(47.7%)보다 농어촌(55.4%) 더 높다”며 “전립선암은 증상이 거의 없는 상태로 수년간 진행되기 때문에 ‘언제 감사를 받았느냐’가 암의 병기를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비뇨의학회는 전립선암의 국가암검진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비뇨의학회 제공

 

◆예산 평균 250억원 수준으로 전립선암 방어 가능

 

이날 정책 제안의 핵심은 PSA 검사 국가검진 도입이 현재의 검진체제 운용에 대한 국가 재정에 큰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재 6대 암 검진 등에 투입되는 연간 비용이 1조4000억원(2024년 기준)에 달하는 점을 감안할 때 전립선암 검진에 필요한 예산은 전체 일부분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됐다.

 

고영휘 이화의대 비뇨의학과 교수는 “매년 검사하는 방식이 아니라 검사 주기를 조정한 ‘한국형 효율화 모델’을 적용하면 비용 부담은 획기적으로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학회가 제시한 모델을 살펴보면 △55세에 시작해 10년 주기로 총 3회 검진 시 164억원 △55세 시작해 65세, 69세, 73세, 77세 총 5회 검진 시 약 261억원 △55∼75세 사이 4년 간격 시 약 341억원 연간소요 예산이 든다고 추산했다. 

서성일 성균관의대 비뇨의학과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대한비뇨의학회 제공

 

◆전이 시 비용 ‘천문학적’… “건강보험 재정 지킬 투자”

 

전립선암은 진단률이 증가할수록 사망률은 낮아진다. ERSPC(유럽 ​​전립선암 선별검사 연구)에서 55∼69세 남성 16만2338명을 13년 추적 분석한 결과, 선별검사를 시행한 군이 대조군보다 사망률이 21% 낮았다.

 

병기가 진행될수록 의료비용은 크게 늘어난다는 점에서 선별검사의 필요성이 요구됐다. 전립선암 2기일 경우에 급여 및 비급여 환자부담금 등을 포함한 1년간 총 의료비용은 1746만원인 반면 4기 전이암일 경우에는 3201만원까지 올라 약 2배의 차이를 보였다. 

 

서성일 대한비뇨의학회 회장은 “전립선암을 방치해 뼈 전이 등으로 진행될 경우 고가의 항암제 투여와 로봇 수술, 장기 요양 등에 투입되는 사회적 비용은 천문학적”이라며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이 드는 혈액 검사를 제도권으로 들이는 것이야말로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을 지키는 확실한 투자”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