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의 선거·당선 무효소송 심리 기간이 너무 길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법원 산하 연구기관인 사법정책연구원이 펴낸 ‘선거 소송 심급 구조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24년까지 대법원에 접수된 선거 또는 당선의 효력을 다투는 선거 소송이 364건이었다. 특히 2020년 치러진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선거 무효소송이 179건이나 제기됐다. 현재 선거·당선 무효 소송은 대법원 단심제로 운영되고 있다. 공직선거법상 선거 소송 처리 기간은 180일인데, 최근 10년간 선거 사건의 평균 처리 기간이 약 400일에 이른다고 한다. 임기를 다 마친 뒤에야 당선 무효 판결이 나오기도 한다. 이 같은 ‘뒷북 재판’ 때문에 사법부 신뢰가 손상되고 있다.
대법원만 탓할 일은 아니다. 통상 선거 소송은 대규모 투표 검증과 감정 등 사실심리가 필수다. 이런 절차를 대법원이 전담하는 현행 단심제는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게다가 대법원은 일반 상고사건이 연 5만건에 달해 대법관들이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 2014년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추진됐다 무산된 상고법원의 도입 명분도 대법원의 과중한 업무였다. 대법관 증원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법원의 선거 소송이 지연되는 건 이런 구조적인 문제와 무관치 않다.
사법정책연구원은 선거 소송 심리 지연 문제의 해법으로 단심제를 ‘서울고법-대법원’ 2심제로 바꾸는 방안을 제안했다. 사실심과 법률심을 나눠서, 둘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단심제의 병목 현상을 없애보자는 것이다. 해외 여러 나라들도 선거 소송에 대한 판단을 대법원에만 맡기지 않고 헌법재판소, 고등법원, 선거법원 등으로 분산하고 있다. 적극 검토할 만하다.
최근 ‘부정선거’ 의혹 제기 등으로 인해 대통령, 국회의원 선거 등에 대한 선거 무효 소송은 갈수록 늘고 있다. 선거의 적법성에 대한 판단을 신속하게 하지 않으면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가기 마련이다. 신속한 재판은 엄정한 재판 못지않게 중요하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재판 지연 해소를 가장 시급한 과제로 내세웠다. 말만이 아니라 실천으로 보여줘야 한다. “지체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는 법언도 있지 않나.